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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에게 부족한 것...(연중 34주 월)
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11-27 조회수2,715 추천수26 반대(0) 신고

 

2000, 11, 27  연중 제34주간 월요일 복음 묵상

 

 

루가 21, 1-4 (과부의 헌금)

 

그 때에 예수께서 부자들이 와서 헌금궤에 돈을 넣는 것을 보고 계셨는데 마침 가난한 과부 한 사람이 작은 동전 두 닢을 넣는 것을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이 가난한 과부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은 돈을 넣었다. 저 사람들은 모두 넉넉한 데서 얼마씩을 예물로 바쳤지만 이 과부는 구차하면서도 가진 것을 전부 바친 것이다."

 

 

<묵상>

 

어제 사제가 된 후로 처음 하루에 6대의 미사를 드렸습니다. 주님신부님께서 사제 연례피정을 들어가셨기 때문에 혼자서 미사를 드리게 된 것입니다. 자상하신 주임신부님께서 혼자 미사를 다 하면 힘이 드니까 손님 신부님을 부르라고 하셨지만, 이런 기회에 평소에 들어가지 않는 미사(새벽미사와 교중미사는 주임신부님께서 드리십니다.)에 들어가 교우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도 있고, 아직까지 젊기 때문에 충분히 미사를 모두 드릴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혼자서 미사를 드렸죠. 주일미사이기 때문에 미사 1대 드리는데 걸리는 시간이 1시간 정도, 그러고 보니 미사를 드린 시간만 6시간 정도 됩니다. 저녁미사를 마치고 청년연합회 총회, 그리고 뒷풀이,11시에 사제관으로 돌아와서 하루를 돌아보았습니다. 내심 참 뿌듯한 하루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새벽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5시에 일어났습니다. 많이 피곤했습니다. 그래도 어제 하루 동안의 일 때문에 마음은 여전히 뿌듯했습니다.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주님께 바쳤다는 생각이 저를 뿌듯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동전 두 닢을 넣은 여인을 만났습니다. "구차하면서도 가진 것을 전부 바친 것"이라는 예수님의 칭찬을 받은 여인을 말이지요. 그 여인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것을 모두 바쳤는데 결코 뿌듯해하지도 않았습니다. 자신의 헌신적인 행위 뒤에 아무런 것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바치지 못한 것이 내심 죄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칭찬을 받는 것을 몹시 송구스럽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 여인을 보다가 저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어제의 제 모습을 말입니다. 어떻게 뿌듯해할 수 있는가? 과연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주님께 바쳤다고 할 수 있는가? 혼자서 미사 6대를 봉헌하느라 무척 고생했다는 주위의 말을 듣고자 했던 것은 아닌가? 안타깝게도 제 안에서 교만함과 불손함이 느껴졌습니다. 겸손하게 그리고 순수하게 어제 하루를 주님께 봉헌할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서도 오히려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낯추고 있는 가난한 과부의 아름답고 순수한 모습을 언제쯤 지닐 수 있을지 부끄럽습니다. 한순간에 이룰 수 있는 모습은 아니지만 과부의 모습을 떠올리며 제 자신을 다시금 추스려봅니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순수하게 주님께 다가갈 수 있기를, 지금보다 조금만 더 제 자신을 주님께 내어드릴 수 있기를 희망하며 다시 일어섭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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