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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자리에 있어야 아름답습니다(34주 화)
작성자조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00-11-28 조회수2,503 추천수18 반대(0) 신고

개구리 한 마리가 있었는데, 이 개구리는 개굴 개굴 우는 자기 자신의 둔탁한 목소리를 싫어해서 몹시 속상해하고 있었지요. 그래서 그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아름답게 노래하는 새들이 너무나도 부러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날도 그 개구리는 자기 자신의 목소리 때문에 우울해 하고 있는데, 천사가 나타났어요. 그리고는 이 개구리에게 왜 그렇게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느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개구리는 자기 자신의 소원을 말했지요. 그랬더니 천사가 개구리의 목소리를 아름다운 종달새의 목소리로 바꿔 주었습니다.

 

개구리는 너무나도 신이 났지요. 그리고 이 개구리는 새로 얻은 목소리를 자랑하고 싶어서 부지런히 개구리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마을의 모든 개구리를 불렀습니다. 이윽고 개구리들에게 둘러싸인 채 그는 아름다운 새소리로 감미로운 노래를 불렀지요.

 

노래가 끝나자 개구리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둔탁한 목소리로 개골거리는 것이었습니다.

 

"개구리 목소리가 저렇게 흉칙할 수도 있담!"

 

무엇이든 제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 개구리 역시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야 아름다운 목소리라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새 소리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참, 듣기 좋은 소리라고 말을 하지요. 하지만 사람이 사람 말을 하지 못하고, 새 소리만을 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의 목소리를 아름답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이렇게 말하겠지요.

 

"아이고, 저 사람 참 안됐어."

 

그밖에도 제자리에 있어야 아름다운 경우는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하고 깨끗한 물 한 컵을 만나면 무척이나 반갑지요. 하지만 그 물이 화장실 변기통 속에 들어 있다면 같은 물이지만 인상을 찌푸릴 것입니다. 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햅쌀밥이 예쁜 사기 그릇에 담겨 있으면 먹음직스럽도록 귀하지만, 바닥에 떨어지면 순식간에 그 밥은 양식이 아니라 쓰레기가 될 것입니다. 또한 남편이 아내 곁에 누워 있으면 아무도 나무랄 사람이 없지만 그 남편이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 곁에 누워서 제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모든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겠지요.  

 

이처럼 자기 자리에 있을 때,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법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떠하신 것 같아요? 여러분들의 자리에 충실히 계십니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제자들에게 예루살렘 성전을 구경시켜 주십니다. 제자들은 모두 갈릴래아라는 시골 출신이었기 때문에, 예루살렘 성전을 보고서 입이 쩍 하고 벌어졌을 것입니다. 마치 시골 사람이 서울에 와서 사람이 많고, 높은 건물을 보고, 많은 차들을 보면서 놀라는 것과 마찬가지겠지요.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아름답고, 웅장한 이 성전이 무너져 버릴 것이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당시의 사람들은 이 성전은 하느님이 거처하시는 곳으로 절대 무너질 수 없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이 아름답고 웅장한 이 성전 역시 영원한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따라서 이 성전이 전부인 양 생각하고 이곳에서만 최선을 다하는 행동들은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입니다. 종말이 다가왔다고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주어진 이 현재에 대해서 충실한 삶을 살 때, 즉 지금 어떻게 살아야 구원받을 것인가를 생각하고 열심히 지금 내게 주어진 삶에 충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자리를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얼마나 그 자리에 충실했는가를 반성하는 오늘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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