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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관계의 지도(하비에르 대축일)
작성자조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00-12-02 조회수1,773 추천수17 반대(0) 신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서로 어떤 관계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들 말합니다.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 같지만, 어떻게든 연결되는 것이 바로 우리 인간들의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느 늦은 밤, 미국의 어떤 유명한 외과의사에게 시골의 어떤 의사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어떤 아이가 총을 맞아서 급하게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자신의 실력을 안 될 것 같다는 것이었지요. 이 의사는 이 아이를 위해서 1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그 시골 병원으로 차를 급히 몰았지요.

 

어둠을 뚫고 최고 속력을 내며 달리는데 느닷없이 한 사나이가 차를 가로 막았습니다. 차를 세우자 막무가내로 차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불쑥 총을 꺼내어 들고는 위협했습니다.

 

"잔소리 말고 빨리 내려! 그렇지 않으면 이 총이 너를 그냥 두지 않을 거야."

 

이 의사는 그가 두렵기도 했지만 가련한 소년의 눈빛을 떠올리며 이야기했습니다.

 

"먼저 병원까지만 갔다가 나를 내려주고 차를 가지고 가시오. 환자가 죽어가고 있소."

 

"얕은 수작 쓰지 말고 얼른 내리기나 하시오."

 

그는 결국 의사를 떠밀어 차 밖으로 내동댕이치고는 차를 가지고 가버렸습니다.

 

반 아이크 박사는 기차를 타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기차 역시 방금 떠난 상태였습니다. 할 수 없이 걸어서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병원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후에야 지나가던 차를 만나 뒤늦게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불과 10분전에 죽고 말았던 것이었습니다.

 

이 아이의 죽음을 서로 안타까워하고 있을 때, 병실문이 열리면서 소년의 아버지가 뛰어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소년이 죽었다는 말에 얼굴은 사색이 되었고, 소년을 끌어안고 흐느껴 울었습니다.

 

잠시 후 병원의 관계자들이 소년의 시신에서 그 아버지를 떼어놓았을 때 의사는 소년의 아버지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년의 아버지 역시 의사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순간 소년의 아버지는 박사의 발아래 꿇어 엎드려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습니다. 소년의 아버지는 불과 한두 시간 전에 박사의 차를 빼앗아 달아난 바로 그 사나이였던 것이었습니다.

 

소년을 죽인 것은 그 아버지였습니다. 타인에게 저지른 악행의 결과가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을 죽게 한 것이었지요.

 

오늘 우리는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 대축일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복음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는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예수님의 이 말씀은 단순히 교세를 넓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앞서 제가 말씀드린 우리 인간 세상 안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떤 좋은 소식을 들으면, 그 소식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을 것입니다. 또한 남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좋은 소식, 좋은 물건을 자기 혼자만 간직하고 있다면, 그 소식과 물건의 가치는 떨어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바로 관계라는 틀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의 좋은 소식, 그리고 생명이 되는 말씀을 우리들에게 전해주셨고, 우리들 역시 당신을 따라 세상에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해주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관계의 틀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의무입니다. 또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것, 먼저 가진 사람이 아직 갖지 못한 사람에게 전해주는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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