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제;사람을 만나는 사람(암브로시오 기념일) | |||
---|---|---|---|---|
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0-12-07 | 조회수2,591 | 추천수22 | 반대(0) 신고 |
2000, 12, 7 성 암브로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 복음 묵상
마태오 7,21.24-27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말씀을 듣고 실행하라)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더러 '주님, 주님!' 하고 부른다고 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
그러므로 지금 내가 한 말을 듣고 그대로 실행하는 사람은 반석 위에 집을 짓는 슬기로운 사람과 같다. 비가 내려 큰 물이 밀려오고 또 바람이 불어 들이쳐도 그 집은 반석 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한 말을 듣고도 실행하지 않는 사람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비가 내려 큰 물이 밀려오고 또 바람이 불어 들이치면 그 집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묵상>
조금은 엉뚱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사제는 사람을 만나는 사람입니다. 예수님을 대리해서, 예수님 때문에 모인 사람들을 만나는 사람입니다. 예수님을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사람들을 만나는 사람입니다.
사제로서 기도하고 복음을 묵상하는 까닭은 어찌보면 사람을 잘 만나기 위함인지도 모릅니다. 사제의 주관에 따라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뜻에 따라 사람을 만나기 위해, 주님을 대하듯이 사람을 대하기 위해서, 예수님께서 사람을 만나시던 그 마음, 그 모습 그대로를 닮기 위해서 기도하고 묵상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특별히 교구 사제들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며, 하느님과 만나면서 지니게 된 모든 것을 다른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누어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 사실 무척 매력적인 일입니다. 모르던 사람을 만나 서로를 나누면서 긴밀한 관계를 맺어가는 일, 특별히 이 만남 안에서 서로가 체험한 하느님을 나누며 복음적 삶을 꾸려나가는 일은 무척이나 의미있는 일입니다. 그러기에 교구 사제로 불러주신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보잘것없는 제게 너무나도 값지고 아름다운 사명을 맡겨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제가 되어 첫 본당에서 지낸 지난 한 해를 돌아보니, 사람과의 만남이 그리 낭만적이고 즐거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만남을 통해 상처를 주고 받으며, 도대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여기에 있는지 회의가 가득한 의문을 제기해 본 적도 있습니다.
만남을 통해 기쁨과 보람을 느끼다가도, 이내 또 다른 만남을 통해 상처를 받고 절망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 반대의 경우도 많이 있지요. 참으로 간사한 모습이지요. 어찌보면 인간적인 모습이기도 하고요. 사실 이렇게 흔들리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당연한 것이지요.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지요. 만남 자체를 포기하는 것 말입니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되는 대로 여러가지 만남의 상황에 내맡기는 것 말입니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주님을 중심에 놓아야 합니다. 만남을 이루어주시는 주님의 뜻을 생각해야 합니다. 주님 안에서 이루어진 만남의 의미를 생각해야 합니다. 자신의 뜻에 맞는 만남이 이루어질 때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다가도, 조금만 자신의 뜻과 어긋나면 이내 인간적인 감정에 휩쓸려 하느님의 뜻을 내팽개치고 마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만 합니다.
앞으로 어떤 만남이 제 앞에 있을지 모릅니다. 지금의 만남들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도 사실 잘 모릅니다. 다만 그것이 어떠한 모습으로 제게 다가오든지, 모든 만남 안에서 제 뜻이 아니라 주님 뜻을 찾고 그것을 이루려 노력한다면 결코 쓰러지지 않고 굳건하게 주님의 사제로서 기쁨과 희망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주님이라는 반석 위에 뿌리 깊이 자리하여 절대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아름다운 만남을 이루어 갈 것인지, 아니며 쉽게 흐트러지는 모래와도 같은 제 마음에 의지함으로써 사람에게 쉽게 상처받고 주님께서 맺어주시는 만남을 점점 회피하는 생활을 하게 될 것인지, 주님께서는 오늘도 제게 결단을 촉구하십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