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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절망 속에 희망을(대림 3주 화)
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12-19 조회수2,343 추천수13 반대(0) 신고

 

2000, 12, 19 대림 제3주간 화요일 복음 묵상

 

 

루가 1,5-25 (세례자 요한 출생의 예고)

 

헤로데가 유다의 왕이었을 때에 아비야조에 속하는 사제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이름은 즈가리야였고 그의 아내는 사제 아론의 후예로서 이름은 엘리사벳이었다.

 

이 부부는 다 같이 주님의 모든 계명과 규율을 어김없이 지키며 하느님 앞에서 의롭게 살았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엘리사벳은 원래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자인데다가 이제는 내외가 다 나이가 많았다.

 

어느 날 즈가리야는 자기 조의 차례가 되어 하느님 앞에서 사제 직분을 이행하게 되었다. 사제들의 관례에 따라 주님의 성소에 들어가 분향할 사람을 제비뽑아 정하였는데 즈가리야가 뽑혀 그 일을 맡게 되었다. 안에서 즈가리야가 분향하고 있는 동안 밖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그 때에 주님의 천사가 즈가리야에게 나타나 분향 제단 오른쪽에 서 있었다.

 

이것을 본 즈가리야는 몹시 당황하여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 때에 천사가 이렇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즈라리야. 하느님께서 네 간구를 들어 주셨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아들을 낳을 터이니 아기의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 너도 기뻐하고 즐거워할 터이지만, 많은 사람이 또한 그의 탄생을 기뻐할 것이다. 그는 주님 보시기에 훌륭한 인물이 되겠기 때문이다. 그는 포조주나 그 밖의 어떤 술도 마시지 않겠고 태중에서부터 성령을 가득히 받을 것이며 많은 이스라엘 백성을 그들의 주 하느님의 품으로 다시 데려올 것이다.

 

그가 바로 엘리야의 정신과 능력을 가지고 주님보다 먼저 올 사람이다. 그는 아비와 자식을 화해시키고 거역하는 자들에게 올바른 생각을 하게 하여 주님을 맞아들일 만한 백성이 되도록 준비할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즈가리야가 "저는 늙은이입니다. 제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 무엇을 보고 그런 일을 믿으라는 말씀입니까?" 하고 말하자 천사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는 하느님을 모시는 시종 가브리엘이다. 이 기쁜 소식을 전하라는 분부를 받들고 너에게 와 일러 주었는데, 때가 오면 이루어질 내 말을 믿지 않았으니 이 일이 이루어지는 날까지 너는 벙어리가 되어 말을 못 하게 될 것이다."

 

그러는 동안 사람들은 즈가리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가 성소 안에 오랫동안 머물고 있으므로 이상하게 여겼다. 드디어 그가 밖으로 나왔으나 말을 못 하는 것을 보고 그들은 즈가리야가 성소에서 무슨 신비로운 것을 보았음을 알게 되었다. 벙어리가 된 즈가리야는 말을 못 하고 손짓으로 시늉만 할 뿐이었다.

 

즈가리야는 사제 당번의 기간이 끝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 뒤에 그의 아내 엘리사벳은 아기를 가지게 되어 다섯 달 동안 들어앉아 있으면 "마침내 주님께서 나를 이렇게 도와 주셔서 나도 이제는 사람들 앞에 부끄럽지 않게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묵상>

 

예수님께서 오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예수님을 기다리며 잔잔한 기쁨과 평화에 젖어들고 싶습니다. 그러나 기쁨과 평화로 충만해야 할 이 시간 우리는 너무나도 절망적이고 슬픈 소식을 듣습니다. 날씨는 추워지지만, 또다시 길거리로 내몰릴 위험에 처한 이웃들의 가슴 아픈 삶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감원 때문에 먹고 사는 일이 막막해질 이웃들의 딱한 사정을 듣습니다.

 

그렇지만 희망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이기에, 신앙인들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바로 그 희망의 씨앗을 절망으로 얼어붙은 땅에 심어야 합니다.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희망을 먹고 사는 사람을 만남으로써 우리 역시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지만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것은 아닙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을 뛰어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는 매순간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에 희망은 하느님의 선물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결단입니다.

 

희망의 문턱에 선 우리는 '두려움''설마라는 의구심' 때문에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곤 합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지닌 나약함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아버지 즈가리야는 바로 이 두려움과 의심 때문에 사랑하는 아들을 낳을 때까지 벙어리로 지내야만 했습니다. 말을 할 수 없기에 무엇인가를 전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희망, 즉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했기에, 희망의 전달자가 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느 때보다 희망이 더욱 절실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바로 이 시기에 주님께서 주실 희망을 먹고 살아가는 우리는 이웃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빛이 되어야 합니다. 희망을 갖지 못한 사람은 희망을 전할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먼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오심으로써 나누어주시는 희망을 지녀야 합니다.

 

세례자 요한에게 주어진 사명은 이제 희망의 빛이 되어 이웃에게 나아가야 할 우리 믿는 이들의 사명입니다. 유난히 춥게 느껴지는 올해 성탄에 믿음의 형제 자매 모두가 이웃에게 따뜻함을 전하는 희망의 전달자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가 바로 엘리야의 정신과 능력을 가지고 주님보다 먼저 올 사람이다. 그는 아비와 자식을 화해시키고 거역하는 자들에게 올바른 생각을 하게 하여 주님을 맞아들일 만한 백성이 되도록 준비할 것이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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