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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행복은 합창이며 복수입니다(12월 20일)
작성자조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00-12-19 조회수2,762 추천수12 반대(0) 신고

손과 위가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심술이 난 손이 위를 향하여 시비를 걸었어요.

 

"이제 음식을 집어넣는 일을 중단하겠네, 자네는 가만히 누워서 내가 주는 음식을 받아먹고만 있지 않은가."

 

손은 열심히 일하는 자신과 놀기만 하는 위를 비교해보며 억울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지요. 그래서 손은 그 날부터 숟가락질하는 일을 멈추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며칠 동안 숟가락질하는 것을 멈추자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이었습니다. 즉, 위의 활동이 중단되면서 손도 기력을 잃고 말았던 것이었지요. 그제서야 손은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습니다.

 

"내가 잘못 생각했어. 나는 내가 할 일을 하고 자네는 자네가 할 일을 해야 서로가 행복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네. 각자가 자기의 몫을 다할 때 서로 건강과 행복을 누릴 수 있어."

 

여러분들은 행복이란 것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이야기를 보면 행복이란 것은 결코 독창이 아니라 합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행복은 단수가 아니라 복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함께 서로 도울 때, 행복이란 것은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지요. 결코 '내가 행복해야지'라는 마음을 가지고 행복을 찾아 쫓아간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성모님. 성모님께서는 억지로 그 행복을 쫓아가셨던 분이 아니셨습니다. 만일 억지로 그 행복을 쫓으셨다면, 성모님께서는 천사 가브리엘 말을 따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처녀가 아기를 갖는다는 것이 인간적인 관점으로 볼 때, 결코 행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성모님께서 행복을 쫓아다녔다면, 그냥 보통 사람들처럼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오손도손 살다가 이 세상에서 조용히 사라졌을 테지요. 하지만 성모님은 하느님의 계시를 받고 거부하지 않으시지요.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겸손된 마음으로 하느님께 순명하시고, 하느님과 함께 하는 길을 선택하십니다.

 

성모님과는 반대의 모습을 바로 오늘의 제1독서에 나오는 아하즈 왕을 통해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주님께서 아하즈 왕에게 "너는 주님 너의 하느님께 징조를 보여 달라고 청하여라." 라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아하즈 왕은 이렇게 말하지요.

 

"아닙니다. 나는 징조를 요구하여 주님을 시험해 보지는 않겠습니다."

 

언듯 듣기에 아하즈 왕의 이 대답은 매우 신앙이 깊은, 그리고 매우 겸손한 대답처럼 들리지요. 그러나 사실 아하즈 왕의 이 말은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기보다는 그 당시에 이미 현실적으로 강대국인 아시리아를 믿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비겁한 대답입니다. 즉, 주님께서는 당신을 굳게 믿고 당신과 함께 하라고 말씀하시는데, 아하즈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믿을 수가 없어서 '주님을 시험해 보지는 않겠습니다'라는 그럴듯한 말을 하는 것입니다.

 

행복은 억지로 쫓아다닌다고 해서 얻어지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의무들을 충실히 행하면서 아무런 사심 없이 주님과 함께 하려고 하면, 저절로 내 뒤를 쫓아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행복을 쫓아다니십니까? 아니면 행복이 내 뒤를 쫓아오게 하십니까?

 

아하즈 왕의 위선처럼 합리적으로 행복을 찾으려 합니까? 아니면 성모님처럼 겸손된 마음으로 주님의 뜻과 함께 함으로써 행복이 저절로 오게 합니까?

 

행복을 쫓아다니느라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는 어리석은 신앙인이 되기보다는, 비록 인간적으로 볼 때는 어리석어 보여도 성모님처럼 정말로 소중한 것을 행하는 신앙인이 되기를 노력해야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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