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나의 기쁨을 다른 이들에게(대림 3주 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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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0-12-21 | 조회수2,804 | 추천수14 | 반대(0) 신고 |
2000, 12, 21 대림 제3주간 목요일 복음 묵상
루가 1,39-45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하다)
그 무렵 마리아는 길을 떠나 걸음을 서둘러 유다 산골에 있는 한 동네를 찾아가서 즈가리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문안을 드렸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문안을 받았을 때에 그의 뱃속에 든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을 가득히 받아 큰 소리로 외쳤다.
"모든 여자들 가운데 가장 복되시며 태중의 아드님 또한 복되십니다. 주님의 어머니께서 나를 찾아 주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문안의 말씀이 내 귀를 울렸을 때에 내 태중의 아기도 기뻐하며 뛰놀았습니다.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
<묵상>
숨가쁘게 돌아갔던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밤늦은 고요한 시간, 촛불을 밝히고 주님 안에서 하루를 돌아봅니다. 기쁨과 슬픔, 보람과 아쉬움이 뒤섞여 있기는 매일이 마찬가지이지만,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합니다. 주님과 내가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세상과 내가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매일 매일 이 작은 행복에 젖고 싶지만, 사실 그렇지 못합니다. 힘겹게 살아가는 벗들의 아픔에 함께 쓰러지기도 하고, 때로는 기쁨에 때로는 지친 몸과 마음을 풀기 위해 벗들과 함께 들이킨 소주 몇 잔 때문에 그냥 잠자리에 들기도 합니다.
어제 모처럼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밤 12시가 넘어가지만 정신은 맑아지고, 성무일도 독서기도의 시편과 독서의 말씀이 또렷하게 내 안으로 파고들어옵니다. 행복했습니다. 언제까지나 이 행복에 머물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 예전에 함께 했던 사람들, 언젠가 함께 해야 할 사람들.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들에게 달려가고 싶어졌습니다. 기쁨에 넘쳐 내 작은 행복을 나누기 위해 무작정 달려가고 싶어졌습니다.
주님께서 주신 이 행복, 이 기쁨, 아무래도 내 안에만 담아놓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행복, 이 기쁨, 내가 억지로 힘을 내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누군가에게 향하게 합니다. 내 안에만 담아놓기에는 이 행복과 기쁨이 너무나 크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이 행복과 기쁨을 담아놓기에는 나라는 그릇이 너무나도 작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주님과 함께 함으로써 누리게 된 나의 행복과 기쁨을 다른 이들에게 자랑하고픈 마음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좋습니다. 분명한 것은 주님께서 주신 행복과 기쁨, 주님과 함께 하는 행복과 기쁨은 내 안에만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뜻이나 의지와는 무관하게 '넘쳐 흘러나는 것'이라 것입니다. 내 안에 있는 기쁨과 행복을 퍼서 나누면 나눌수록 내 안에서 더욱 풍성해지고 다른 이들도 이 기쁨과 행복에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 잉태 소식을 들은 마리아가 세례자 요한을 잉태한 엘리사벳을 만나기 위해 서둘러 유다 산골로 한걸음에 달려갔던 것처럼, 저 역시 한 걸음에 주님께서 주신 행복과 기쁨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기 위해 달려가고 싶습니다.
오늘, 성탄을 며칠 앞두고 환자분들께 고해성사를 주고 성체를 나누어드리기 위해, 조금 있다가 길을 나설 것입니다. 이분들께 주님의 기쁜 소식을 나누어드리고 싶습니다. 입으로가 아니라 마음으로, 행복 가득한 얼굴로 말입니다. 사랑하는 믿음의 벗들께서도 오늘 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주님께서 주신 행복, 주님과 함께 하는 기쁨을 나누시기를 기도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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