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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의 순교:사랑의 삶(스테파노 축일)
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12-26 조회수1,976 추천수10 반대(0) 신고

 

 

2000, 12, 26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복음 묵상

 

 

마태오 10,17-22 (박해를 각오하라)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를 법정에 넘겨 주고 회당에서 매질할 사람들이 있을 터인데 그들을 조심하여라.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왕들에게 끌려가 재판을 받으며 그들과 이방인들 앞에서 나를 증언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잡혀 갔을 때에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 하고 미리 걱정하지 말라. 때가 오면 너희가 해야 할 말을 일러 주실 것이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성령이시다. 형제끼리 서로 잡아 넘겨 죽게 할 것이며, 아비도 또한 제 자식을 그렇게 하고 자식도 제 부모를 고발하여 죽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나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참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이다."

 

 

<묵상>

 

오늘은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입니다.

 

우리는 어제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어 오심을 경축했고, 오늘은 스테파노 부제의 순교를 기념함으로써 온전히 하느님께 다가서는 삶에 대해 묵상합니다.

 

우리는 신앙 생활 안에서 박해, 순교라는 말을 많이 듣고, 순교를 통해 박해를 극복한 순교자들을 남다른 사랑으로 칭송합니다. 그렇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박해나 순교는 지나간 교회 역사의 한 장면 쯤으로 다가오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기에 "박해를 각오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나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교에 대한 종교 자유가 없는 특정 국가나 지역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박해 때문에 순교나 배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떨어져 있을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왕들에게 끌려가 재판을 받으며 그들과 이방인들 앞에서 나를 증언하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박해자이방인은 누구이겠습니까? 우리를 그리스도교 신앙과는 반대되는 것에 얽어매려는 이들입니다. 이들은 우리와 동떨어져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생활 안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거스르는 생각이나 행동, 그리고 이를 강요하는 사람이나 사회적 분위기, 이 모두가 바로 박해자요 이방인입니다. 만약 우리 자신이 입으로는 신앙을 고백하면서도, 실생활에서 사랑하지 않고 자신을 나누지 않는다면 신앙인이라 자부하는 우리 자신이 바로 박해자요 이방인이 됩니다.

 

우리는 참으로 사랑과 인정이 메마른 냉정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무도 이등은 기억하지 않습니다.'라는 광고 문안은 피도 눈물도 없는 이러한 냉정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입시 지옥, 취직 전쟁, 구조조정으로 인한 대책없는 실직, 이 모든 것이 어느덧 우리에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에서 과연 '조건없는 사랑'이나 '벗을 위해여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는 사랑'이 가능할 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박해자와 이방인들 사이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박해자와 이방인들은 호시탐탐 우리를 자신의 편에 끌어들이기 위해 갖가지 회유와 협박을 늘어놓습니다. '네가 살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짓밟을 수밖에 없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남들을 마구 밟아라.'라고 말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참된 신앙인으로서 사랑이신 예수님을 증거하려 한다면 이러한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됩니다. 무한 경쟁으로 차디차게 얼어붙은 이 땅을 녹이는 사랑의 제물로 자신을 바치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할 수 있는, 아니 우리가 해야만 하는 순교입니다.

 

박해시대에는 죽음으로써 순교했다면, 지금은 삶으로써 순교해야 합니다. 어찌보면 지난 박해시대보다 지금이 신앙인에게는 더 큰 위기와 혼돈의 때입니다. 박해시대는 '믿느냐? 밎지 않는냐?'라는 문제가 분명했기에 신앙인들이 할 수 있는 선택 역시 분명했지만, 지금은 구체적인 생활 안에서 신앙을 증거하는 것이 무언인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참된 신앙의 증거인지를 분명하게 해 주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나 처지가 아니라 우리 안에 계시는 성령의 이끄심입니다. 성령께 내어맡길 때,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에 반대되는 행동을 할 수 없으며, 자신의 이익에 얽매여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오셨으니 이제 우리가 예수님께 다가가야 합니다. 이 다가섬으로써 삶 안에서의 순교, 즉 하느님과 이웃 사랑을 위해 세속적 가치와 이기적 욕망으로부터 벗어나는 삶에 대해서 묵상하는 오늘 하루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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