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지금보다 더(요한 사도 축일)
작성자조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00-12-27 조회수1,679 추천수15 반대(0) 신고

여러분 낙타 보신 적 있으세요? 아마 직접 본 적이 없다하더라도 텔레비전이나 사진을 통해서는 보신 적이 있으실테니 어떻게 생겼는지 아실 것입니다. 등에 혹이 달려있고, 눈썹이 무척 길고요, 또한 발굽이 세 개로 나누어져 있지요. 이 낙타를 상상하시면서 제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세요.

 

어느 날, 엄마 낙타와 아기 낙타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기 낙타가 엄마에게 물었어요. "엄마, 나는 왜 큰 발톱 세 개가 있어?" 엄마는 "아가, 그건 우리가 사막을 걸을 때 모래 속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서 있단다."라고 말해 주었지요.

아기 낙타가 다시 물었습니다. "엄마, 그럼 내 길다란 눈썹은 왜 있어?" 엄마는 "아가, 그건 우리가 사막을 여행할 때 뜨거운 햇빛으로부터 우리 눈을 보호해준단다."라고 말했지요.

 

아기 낙타가 또 물었습니다. "엄마, 그럼 내 등에 큰 혹은 왜 있는 거야?" 엄마는 "아가, 그건 우리가 사막을 오래 여행할 때 섭취할 양분을 그곳에 저장해 놓는단다."라고 말해 주었지요.

 

그런데 아기 낙타는 무슨 의심이 생겼는지 잠시 생각하다가 엄마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어요. "모래 속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 큰 발톱이 있고, 사막의 뜨거운 햇빛을 막기 위해 긴 눈썹이 있고, 오랜 여행 때에 양분을 저장하기 위해 큰 혹이 있고.. 그런데 엄마!"

 

"왜 아가?"

 

"그런데 우린 왜 동물원 안에 있어?"  

 

제가 말했던 아기 낙타와 아기 낙타는 사막에 살고 있는 낙타가 아니라, 동물원에 있는 낙타였던 것이지요. 이처럼 우리는 자기에게 맞는 환경에 살아야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면서 살수가 있는 것입니다. 즉, 자기의 처지를 알고 그 안에 충실할 때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모습은 늘 '지금보다 더'를 외칩니다. '지금보다 더 돈을 벌어야 해', '지금보다 더 높은 지위에 올라가야지', '지금보다 더 사랑을 받아야 해', '지금보다 더 잘 살아야지' 등등의 말을 하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우리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이런 노력이 필요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말을 하면서, 남을 위한 희생과 양보가 없이 그냥 내 자신을 위해서 '지금보다 더'를 외치면서 생활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큰 잘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을 잃을 수가 있는 것이지요. 마치 앞서 동물원의 낙타처럼 자신에게 맞는 환경에 살지 않아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한 명의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 복음에서는 예수께서 사랑하시던 다른 제자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분은 베드로와 함께 막달라 여자 마리아로부터 예수님의 시신이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서는 곧바로 베드로와 함께 무덤을 향해 달려갑니다. 이 분이 베드로보다 뜀박질을 잘했는지 무덤에 먼저 도착했지요. 하지만 이 분은 그 무덤 안에 먼저 들어가지 않습니다. 베드로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무덤으로 들어가지요. 즉, 베드로에게 예수님의 부활을 확인할 수 있는 특권을 양보하는 것입니다.  

 

교회에서는 이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던 제자를 사도 요한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한 사도 복음사가 축일을 맞이해서 오늘의 복음을 우리가 읽고 묵상할 수 있도록 배치하고 있는 것이지요.

 

'지금보다 더'를 외치면서 오히려 소중한 것을 잃는 미련둥이가 되기보다는,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던 요한 사도의 모습처럼 겸손된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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