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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만은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축일)
작성자조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00-12-27 조회수2,527 추천수15 반대(0) 신고

바닷 속의 물고기 두 마리가 동시에 싱싱한 지렁이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그 중 한 마리가 그 지렁이를 먼저 집어삼키려고 달려들었지요. 그러자 다른 물고기가 타이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지렁이는 지금 낚시 바늘에 걸려있는 거야. 저것을 잘못 삼키면 바늘에 걸려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는 신세가 되고 만다구."

 

그러나 다른 물고기는 그 말을 믿지 않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어요.

 

"그것을 누가 믿어? 아무도 그것을 증명하지 못했잖아. 어디 사람들의 식탁까지 갔다 온 물고기가 있으면 증명해 봐. 사실 네가 저 지렁이를 욕심내는 거지?"

 

그러면서 그 물고기는 덥석 지렁이를 삼켰습니다. 그 뒤에 어떻게 되었겠어요? 그 물고기를 다시 바다 안에서 볼 수가 없었지요.

 

지금 우리 성당에 냉담자가 약 1200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작년보다는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적지 않은 숫자임에 분명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분들이 하시는 말씀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계시는 지, 계시지 않는 지 잘 모르겠고, 그래서 괜히 시간 낭비하는 것 같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분들이 바로 제가 앞서 말씀드린 그 물고기의 말과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친구 물고기가 좋은 길, 즉 살 수 있는 길을 말해주지만, 그 물고기는 증거가 어디있냐고 하면서 믿지 않다가 결국 낚시꾼에게 잡히고 말지요.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현존에 대해 의심을 하고, 부정을 한다면 결국 후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인간은 한없이 부족한 존재이지요. 하지만 여기에 교만이 가미되면, 내 자신이 아주 훌륭한 존재이고 어떤 일이든 다 할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판단력을 잃게 되어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헤로데가 베들레헴과 그 근방의 2살 이하의 무죄한 사내 아이들을 잡아 죽입니다. 그 이유는 동방박사로부터 유대인의 왕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지요. 즉, 헤로데는 그 조그마한 갓난아기를 통해서 자신의 권력을 빼앗길 것 같은 두려움이 생겼던 것입니다.

 

헤로데는 자신만이 왕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자신 이외의 어떤 훌륭한 사람도 왕이 되어서는 안되었습니다. 이런 교만한 생각으로 가득 차다보니, 그는 판단력을 잃고 맙니다. 그래서 20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의 이름은 좋은 사람으로써가 아니라, 나쁜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헤로데의 무죄한 어린이들의 학살이야기를 묵상하면서, 내 자신은 어떠한 지 반성해야 하겠습니다. 혹시 헤로데처럼 교만 때문에 판단력을 잃어버리고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또한 하느님보다도 위에 서서, 내가 스스로 하느님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지 않는지도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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