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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두려우십니까?(1/27)
작성자노우진 쪽지 캡슐 작성일2001-01-27 조회수2,662 추천수23 반대(0) 신고

언젠가 공동체 안에서 다른 형제와의 관계때문에 어려움을 겼었던 적이 있었다.  나름대로는 그 사람을 이해해볼려고도 하고 수용해볼려고도 했지만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물론 나의 미성숙함도 한몫을 했으리라고 생각한다.  

 

 

감정의 기복이 컸던 그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주기 일 쑤 였다.  그런데다 그 사람은 공동체 안에서 커다란 책임을 맡고 있었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었는지 모른다.  난 그저 그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내려고만 했었던 것같다.  그러던 나는 시간이 흐르자 점점 지쳐갔고 급기야는 그 사람과 마주치는 것을 피하려 잔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난 "아! 이래서는 안되겠다.  도망만 다녀서 되겠는가?"  그래서 원장 신부님을 찾아갔고 그분은 나의 어려움을 모두 들으시더니 벽안의 눈을 껌벅이시며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니가 진짜 두려워 하는 것이 모야?"

등줄기에 갑자기 식은 땀이 났던 난 "글쎄여, 생각해봐야 겠는걸여." 하면서 신부님의 방을 나왔다.

 

 

난 곰곰히 생각했다. 과연 난 무엇을 두려워했던가?  그 형제에게 다가가 나의 심정과 다른 사람들의 심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두려웠던가?  아님 혹시나 그 사람과 언쟁을 하게될까봐 아니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것은 아니었나? 혹시나 다른 사람들이 나를 성질 더러운 사람, 비판적인 사람으로 볼까봐 두려워서 피했던 것은 아닌가?

 

 

한 마디로 잘라 말하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내 마음 한 구석에 솔직한 심정은 다른 사람들이 날 이상한 눈으로 볼까봐 였다.  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대화를 나누는 것은 사태를 분석 비판함에 있지 않고 다른 이와 하나되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고 하는데 난 그런 목적에 합당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 사람이 미웠고 다른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나를 판단할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오늘 복음의 제자들은 어부라는 자신들의 직업에 어울리지 않게 풍랑을 보고 두려움에 떤다.  사실 그 두려움은 풍랑 자체에 있지 않고 그로인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과 함께 계신 분이 어떤 분이신지 잘 모르고 있었고 그분의 현존을 잠시 잊었던 것이다.

 

 

삶 안에서 우린 죽음과도 같은 두려움! 즉 다른 이들로 부터 소외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쉽게 휩싸인다.  소외와 고독은 다른 것이 거늘 현대인들은 고독과 소외를 구분치 못하고 혼자 남게 되는 현상에 만 두려움을 갖는 것같다.  

 

 

그분이 함께 계신다.  그렇기에 그분은 제자들에게 하셨듯이 우리를 질타하시는 것이다.  "왜 그리고 믿음이 약하냐?"

 

 

그럼dp도 불구하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고, 촌놈(?) 마라톤 하듯 길러지는 것이 믿음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겠다.

 

행복하세여...*^^*

 

 

 

p.s. 모 일간지에 기고된 글 중에 어느 연극 배우가 원조 교제를 경험했던 여학생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읽고 사뭇 놀라고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많은 여학생들이 원조교제를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친구들로 부터 왕따를 당할 까봐란다.  물론 따를 당하는 것이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일이겠지만 다른 사람의 관심과 눈길 때문에 자신의 삶 조차 헌신짝처럼 내버리다니 참 안타깝다.  이 시대가 혼자 남기를 두려워하는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역사 안에서 인간이 가끔 고독할 때 그 안에서 창조가 이루어지지 않았던가!  생각해 볼일이다. 참 맘이 아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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