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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될 수 있기를(연중5주 목)
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1-02-08 조회수2,327 추천수22 반대(0) 신고

 

 

2001, 2, 8  연중 제5주간 목요일 복음 묵상

 

 

마르코 7,24-30  (시로페니키아 여자의 믿음)

 

그 때에 예수께서 띠로 지방으로 가셨다. 거기서 어떤 집에 들어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계시고자 했으나 결국 알려지고 말았다.

 

그래서 악령이 들린 어린 딸을 둔 어떤 여자가 곧 소문을 듣고 예수를 찾아와 그 앞에 엎드렸다. 그 여자는 시로페니키아 출생의 이방인이었는데 자기 딸에게서 마귀를 쫓아내 달라고 간청하였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자녀들을 먼저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이 먹는 빵을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래도 그 여자는 "선생님, 그렇긴 합니다만 상 밑에 있는 강아지도 아이들이 먹다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얻어먹지 않습니까?"하고 사정하였다.

 

그제야 예수께서는 "옳은 말이다. 어서 돌아가 보아라. 마귀는 이미 네 딸에게서 떠나갔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 여자가 집에 돌아가 보니 아이는 자리에 누워 있었고 과연 마귀는 떠나가고 없었다.

 

 

<묵상>

 

오늘의 복음을 묵상할 때면 의례 시로페니키아 여인의 간절한 믿음을 떠올렸었는데, 오늘은 예수님을 보게 됩니다. 어떤 집에 들어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계시려 했던 예수님께 있어서 이방인 여인은 분명 불청객이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시로페니키아 여인의 믿음, 개와 같은 처지도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믿음이 전제된 것이기는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이 여인의 간청을 물리치지 않으셨습니다.

 

"자녀들을 먼저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이 먹는 빵을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매몰차고 비정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예수님의 사명을 가장 진솔하게 드러내는 것이기에, 이방 여인의 청을 기꺼이 들어주신 예수님의 모습에서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어야 하는" 사제로서의, 아니 사제 이전의 신앙인으로서의 삶에 대해서 새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생활하면서 너무나도 자주 내 울타리에만 안주하려 했음을 솔직히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본당 사목을 하는 사제이니까, 나는 본당에서 청소년과 청년 사목을 하는 사제이니까, 나는 신앙인이니까....'라는 식으로 제가 지금 당장 함께 해야 할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갈라세웠음을 반성하게 됩니다. 물론 지금 저에게 주어진 우선적인 사명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명이 예수님처럼 모든 이에게 모든 되어 주어야 할 신앙인으로서, 사제로서의 사명을 모두 면제시켜주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더군다나 제게 주어진 우선적인 사명(본당 보좌 신부로서의 사명) 때문이 아니라 저의 개인적인 편안함이나 휴식을 위해서 제게 찾아 온 낯선 이들을 외면하거나 품에 안을 수 있는 일들을 내친다면, 이는 분명 주님의 사제로서의 책임을 방기하는 커다란 죄일 것입니다. 얼마나 자주 이 커다란 죄를 반복하고 있는지! 참으로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문득 그동안 복음 묵상을 올리지 못했던 이유를 생각해봅니다. 참으로 본당 사목에 바빠서 그랬을까? 아닙니다. 작년에 나름대로 꾸준히 복음 묵상을 올렸을 때보다 특별히 더 많은 사람들과 일이 주어진 것은 아니니까요. 그럼 왜? 어쩔 수 없이 거른 경우도 있었지만, 게으름 때문에 올리지 못했던 경우가 더 많습니다. 복음 묵상을 올리는 수고보다 단 몇 분 몇 시간의 편안한 휴식을 즐기고픈 유혹에 넘어진 경우가 더 많은 것입니다.

 

오늘, 조요한 쉼을 포기하고 애써 이방 여인의 벗이 되어주신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제 자신을 다시금 추려봅니다. 그리고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 그리고 사제로 거듭 나기를 다짐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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