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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드러내지 마라(재의 수요일)
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1-03-01 조회수1,951 추천수16 반대(0) 신고

 

 

2001, 2, 28  재의 수요일 복음 묵상

 

 

 

마태오 6,1-6.16-18 (자선, 기도, 단식에 대한 가르침)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일부러 남들이 보는 앞에서 선행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그렇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서 아무런 상도 받지 못한다.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들은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그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기도할 때에도 위선자들처럼 하지 마라. 그들은 남에게 보이려고 회당이나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들은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보이지 않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다 들어 주실 것이다.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얼굴을 하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남에게 보이려고 얼굴에 그 기색을 하고 다닌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들은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 단식할 때에는 얼굴을 씻고 머리에 기름을 발라라. 그리하여 단식하는 것을 남에게 드러내지 말고 보이지 않는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묵상>

 

하루 늦게 복음 묵상을 올립니다. 사순시기를 맞이하여 어제 재의 수요일부터 그동안 저의 게으름과 개인적인, 공적인 여러가지 이유로 한동안 올리지 못했던 복음 묵상을 올리자고 다짐을 했었습니다. 주님과, 그리고 마음으로 함께 하는 여러 믿음의 벗들과 제 자신과 약속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약속을 첫날부터 어기고 말았습니다. 인간적으로는 무척 아쉬었지만, 오히려 제게 살아있는 작은 체험으로 다가옵니다.

 

어제 밤, 후배 신학생과 밤늦도록 사제관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원래 지난 주에 신학생들이 방학을 마치고 신학교에 들어갔지만, 이 후배는 이번 방학 동안 부제품을 앞두고 갖는 한달 피정을 하였기 때문에 오늘 신학교에 들어갑니다. 참으로 오랫만에 교회, 사회, 사목, 사제의 삶 등에 대하여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후배와 가졌던 어제 밤 시간이 개인적으로 무척 부담되었습니다. 대화의 주제 때문이 아닙니다. 날을 넘기기 전에 복음 묵상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었습니다. 밤 여덟시 반 쯤부터 시작된 대화가 열시 쯤이면 끝날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복음 묵상을 올리려고 마음을 먹었었지요. 그러나 후배의 이야기는 끝날 줄 몰랐고, 나 역시 내심 부담스러웠으면서 그것을 감추고 내 생각들을 이야기했습니다. 12시가 되어서야 대화는 끝이 났고, 후배 신학생은 귀중한 시간을 내어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사제관을 떠났습니다. 우리 결코 변하지 말고 주님의 길을 충실히 가자고 진한 포옹으로 서로를 보듬으면서 말입니다.

 

후배에게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대화를 풀어가면서 부담감이나 강박 관념은 사라졌지만, 복음 묵상을 올려야 한다는 핑계로 마음을 온전히 내어주지 못한 제 자신의 위선적인 모습을 반성했습니다. 무엇 때문에 복음 묵상을 올리고자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이만큼 열심히 사제 생활을 하고 있다고 과시하려는 불순한 의도는 없었는지 생각했습니다. 어제 하루 참된 자선, 기도와 단식을 묵상하면서도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제 자신을 드러내려 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희는 일부러 남들이 보는 앞에서 선행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그 자선을 숨겨 두어라.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보이지 않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단식할 때에는 얼굴을 씻고 머리에 기름을 발라라...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갚아주시고, 들어주실 것이다.'

 

머리로는 쉽지만 몸으로 따르기에는 참으로 어려운 말씀입니다. 어제 주님께서는 당신의 가르침을 머리가 아니라 마음과 몸으로 살라고 어리석은 제 자신을 작은 체험을 통해 깨우쳐주셨습니다. 이렇게 저를 깨우쳐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리면, 이 체험이 신앙인으로서, 사제로서 제 삶에 또 하나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주님께 기도드립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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