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회개의 삶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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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경원 | 작성일2001-03-03 | 조회수2,886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회개라는 말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말인 줄 알았다. 나는 모태 신앙으로 태어나서 유아 세례를 받고 주일을 꼬박꼬박 지키는 그런 신자였기 때문이다. 회개란 그저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믿게 되었을 때 쓰는 말이거나 아니면 극악 무도한 죄인이 자기의 잘못을 뉘우칠 때 쓰는 말인 줄 알았다.
그리고 성경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광야에서 헤메일 때 우상 숭배를 한 행동이나,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십자가에 못박아 돌아가시게 한 행동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만나를 내려주시는 기적을 보고도 우상 숭배를 할 수 있으며, 예수님께서 하시는 숱한 기적들과 참다운 말씀을 듣고도 예수님을 배반하였을까 하고...
그런데 그 어느 날인가 소화 데레사의 전기를 읽으면서 문득, 이 성녀가 이토록 하느님을 사랑하는데 나는 그저 십계명이나 지키고 주일 미사만 다니는 맨날 똑같은 신앙만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은 그런 신앙을 가져 보자는 생각 들면서 매일 미사를 다니기 시작 했다.
나의 이런 마음을 어여삐 어기셨는지 하느님께서는 회개란 어떤 것인지 체험을 하게 해주신 것 같다.
빛이 내 마음에 들어 왔을 때, 빛이 들어오기 전에는 어두워서 볼 수 없었던 나의 더러운 면들이 너무 환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이사가서 오랫동안 방치해둔 방의 커튼을 열어 젖혔을 때 햇빛 때문에 그 방의 먼지며 거미줄, 그 밖의 더러운 것들이 한 눈에 보이는 것같은 느낌이었다.
교만, 이기심, 자애심, 불필요한 자존심, 사랑의 결핍, 희생을 싫어함, 육신의 안락함을 추구하는 것등등, 이 모든 것들은 먼지 처럼 내 영혼의 구석구석을 덮고 있었다.
그런대로 괜찮게 살아왔다고 자부한 내가 너무 초라하고 보잘 것 없이 느껴졌고 이런 미천한 나를 이제껏 잘 보살펴 주신 주님께 너무 죄송했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주님은 여태까지 나를 기다려 주셨던 것이다.
우리가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끔찍한 일을 저지른 사형수도 어쩌면 평소에는 나보다 착하게 살아왔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예수님이 사셨던 시대에 태어났다면 나의 교만으로 아마 틀림없이 예수님께 돌을 던지고 예수님을 십자가형에 처하라고 소리지르는데 동참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의 낡은 인간성의 옷을 벗어버리고 그리스도의 옷으로 갈아 입는 것, 나를 죽이고 그리스도로 부활하는 것인 이 회개는 우리가 생각하는 죄인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뼈저리는 체험을 한 것이 몇 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회개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생각해 본다. 우리의 인간성은 악으로 기울어져 있고, 끊임 없이 마귀와 세속과 나 자신이 우리를 괴롭히므로 항상 회개하는 맘으로 살아가야 할 것은 분명한 일이다.
이 사순 시기에 그리스도의 피땀과 성혈을 생각하며 더욱 애절한 통회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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