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아! 미운 사람
작성자유영진 신부 쪽지 캡슐 작성일2001-03-16 조회수3,265 추천수35 반대(0) 신고

 

 시간은 새벽 1시를 향하고 있다. 밤은 깊었고 주위는 고요함에 물들어 있건만 내 마음은 감정의 흔들림에서 멈추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미움의 고리를 끊지 못해 마음 밑바닥에 깔려있는 회색 안개를 걷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이 칙칙한 안개가 내 마음의 평화를 삼키고 있다.

  본당사목을 하다 보면, 정말이지 미운 신자가 있다. 더 사랑하기 위한 전주곡인지는 몰라도 밉고 또 밉다. 그렇다고 본인 앞에 가서 ’나 당신이 너무 너무 밉습니다. 성당에 안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 할 수도 없고, 그저 속으로 꽁꽁거리고 있을 뿐, 어쨋던 그냥 보기만 하면 울화가 치미는 신자가 있다. 많이도 아니고 꼭 몇몇 신자들이 그런다.

 예를들면,

 미사후 성전에서 나오는 신자들과 인사를 하는데 꼭 뒤돌아서 개구멍 빠져나가듯이 인사를 왜면하고 나가는 신자,   

 신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는데, 꼭 신자들 나오는 길목에 서서 웃고, 떠들고, 손을 부여잡고 반갑다고 팔딱팔딱 뛰면서 난리를 피는 신자, 성당 마당에 나가서 하면 되는데, 꼭 엎어지면 코 닿을 만한 내 면전에서 그럴게 뭐냔 말이지.  

 성당안은 기도하는 곳이니 성당안에서 떠들거나 잡담하지 말라고 해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해대는 신자,

 결혼식이나 계모임 갈때는 쫙 빼입고 가면서 미사참례 올 때는 추리닝 차림같은 복장으로 나오는 신자, 더군다나 그런 복장으로 독서대에 올라와 뻔뻔스레 독서하고 내려가는 신자를 보면 울화가 안치밀래야 안치밀 수가 없다. 어휴!!! 이 뒤집어지는 속 !!! 그렇지만 사랑 사랑 또 사랑해야 하는데 .......

 

이럴 때마다 저는 자주 자주 아래 기도를 바친답니다.

 

 

남을 미워하고 있을 때

 

 

            주님, 저는 지금 남을 미워하는 마음 때문에,

            모처럼 피어나 아득히 향기를 날리는 난꽃도 보지 못하고,

            창 열면 가득히 이마에 닿아 빛나던 푸른 하늘도

            마냥 잿빛임을 봅니다.

            이웃이 저를 채워주지 않았다 해서,

            저를 알아주지 않는다 해서 그들을 완강히 끌어안고

            미움의 물레방아를 찧고 있다는 것은,

            어둡고 어지러운 골짜기에서 처절히 비명을 지르는,

            너무나도 부끄런 저의 슬픔입니다.

             

            주님, 저에게 자신을 정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을 허락하소서.

            이웃이 무엇 때문에 저를 알뜰히 채워주어야만 하는지,

            이웃이 왜 저를 높이 알아 주어야만 하는지를

            깊은 곳에 들어가 곰곰히 생각하게 하소서.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이웃에 요구하고 있음을

            정직하게 깨닫게 하소서.

             

            주님, 제가 이웃을 미워하는 마음인 채로

            제 영혼의 숨소리가 점점 엷어지고 있다면,

            저는 그 무엇을 진실로 노래할 수 있겠습니까.

            이웃을 진실로 용서하고,

            진실로 사랑하게 하소서.

            이웃을 만날 때는

            지극히 평온한 얼굴로 그를 위안하게 하시어,

            삶의 깊은 질서를 따르는 행복을 함께 누리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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