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듣는자가 복되나니...
작성자오상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1-03-22 조회수2,157 추천수20 반대(0) 신고

<나는 내 말을 들으라고만 하였다...>(예레 7,23)

 

하루 24시간을 살아가면서

나는 몇시간을 말하고

몇시간을 침묵하고

몇시간을 듣고 있는가?

 

우리는 말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듣지 않고도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도 말은 잘 하면서도

듣는 데는 참 소홀한 것같다.

 

성서적으로도

순종한다는 말(ubbedire)과 듣는다는 말(udire)는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고 한다.

하느님의 뜻에 순종한다는 말은

곧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다는 뜻일게다.

 

그리고

나는 무엇을 듣고 있는가?

라디오를 듣고,

음악을 듣고,

자동차 소음을 듣고,

싸움박질 하는 소리를 듣고,

욕설을 듣고...

 

이러한 들음은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는 그런 들음이 아닐게다.

 

당신의 말씀을 듣는 것...

그래서

무엇보다도 오늘의 말씀에서 당신이 하시는 말씀을 듣고

묵상 나눔을 통해 형제자매들을 통해서 하시는 말씀을 듣고

자연의 소리를 통해 말씀하시는 그분의 메시지를 듣고

사건, 사고들을 통해 우리에게 경고와 질책을 하시는

그분의 말씀을 듣고...

 

이러한 들음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들음이다.

이러한 시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분이 우리의 하느님이 되고

우리는 그분의 백성이 된다(예례 7,23).

그럴 때 우리는

예수님의 편에서는 사람이 되고

그런 들음이 없을 때

우리는 예수님을 반대하는 사람이 되고

그분과 함께 영적 결실을 모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된다(루가 11,23).

 

벙어리는 필연적으로 귀머거리이다.

듣지 못하기에 말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벙어리를 치유시켜 주심으로써

무엇보다도 들을 수 있는 귀를 주시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치유이다.

입을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 뿌리에 있는 악인 귀를 치유하는 것...

 

우리의 문제는

말을 잘하지 못하고, 기도를 잘하지 못하는 데 있지 않고

잘 듣지 못하는 데 있다.

 

들을 귀가 있는 자는 알아 들어라!

주님께서는 오늘도

알쏭달쏭한 이런 말씀을 들려 주신다.

 

더 듣기로 하자.

말하기를 줄이자.

꼭 필요한 말을 하도록 힘쓰자.

쓰잘 데 없는 이야기들,

남을 험담하는 이야기들,

정치가들 욕하는 이야기들,

축구이야기들,

연예인 이야기들,

옷이야기, 집이야기...

학원보내는 이야기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할 시간에

좀 더 듣자,

경청하자.

다른 형제자매들과, 자연과 사건사고들을 통해서

들려주시는 그분의 메시지를...

 

아, <주님, 제 귀를 열어주소서>.

아침 성무일도를 바칠 때

가장 먼저, <주님 제 입시울을 열어주소서>하고 기도하는데

오히려 <주님, 제 귀를 열어주소서>를 해야 할 것같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주님께 찬미를 드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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