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활의 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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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상선 | 작성일2001-04-06 | 조회수2,087 | 추천수19 | 반대(0) 신고 |
살다보면 때로 맞대응해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피해야 할 때가 있다. 때로 말도 되지 않는 억지춘향인 사람과 한바탕해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그냥 피해야 할 때도 있단 말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을 모함하여 잡아 위기에 몰아넣으려면 사람들에게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느냐고 먼저 따지신다. 내가 사랑을 베푼 것이 그리도 배가 아프냐 말이다. 내가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한 말이 그리도 질투심을 유발했단 말이냐? 사람은 누가 잘 되는 꼴을 못봐주는가 보다. 남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영적으로 힘을 발휘하면 그것 때문에 하느님께 함께 감사드리고 찬미드리기보다는 오히려 어떻게 하면 깎아 내릴까 궁리하는가 보다. 그리하여 함께 성장할 기회를 함께 퇴보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자신의 취약함을 보상받으려는지도 모른다.
그럼 이러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예수님이 그 모범이시다. 먼저, 예수님은 그들과 맞대응하신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물어보신다. 내가 사랑을 베풀었는데도 그게 문제가 되냐고... 내가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잘난 체 했다는 것이 문제냐고... 내가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한 것은 꼭 신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받은 사람이기에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했을 뿐이라고 해명까지 하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이다. 보통 그래도 사람들은 한번 모함하고 내치기 시작하면 끝을 봐야만 직성이 풀린다. 아무리 해명을 해도 자기 논리에 갇혀 버린다. 그래도 계속해서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하나? 할 수 없다. 피하는 도리밖에... 같이 맞대응해 봤자 어거지 논리와 싸울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예수는 피하는 것이다.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속말로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다. 비겁해서가 아니라 함께 추잡해지지 않기 위해서 피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알고 있듯이 예수는 악인들의 끈질긴 모함 앞에 무릎을 꿇는 듯이 보이지만 그분은 승리하였다. 그것이 우리가 믿는 부활이 아닌가?
형제들이여, 예수의 수난에 동참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모함과 몰이해 앞에 지는 듯이 물러섬이... 아무 힘없는 약자처럼 무릎을 꿇음이... 때론 속에서 천불이 나지만 때려 주고 싶고, 복수하고 싶은 마음도 일지만 그렇게 한다면 그들과 똑같은 추잡함에 사로잡힘이요 지는 듯 물러섬이 아프지만 예수의 고통에 동참하는 길이요 그래서 부활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함께 부활합시다! 모욕과 몰이해와 모함과 질투를 꿋꿋이 참아받고 끝까지 맞대응하기보다 인내심을 갖고 물러섬으로써 그분과 함께 수난하고 그분과 함께 부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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