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어머님의 죽음(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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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중 | 작성일2001-05-13 | 조회수2,147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37. 어머님의 죽음
한 아기가 태어나고,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를 껴안고,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처럼 어쩌면 주변에 늘 있고, 있어 왔던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건들 안에서 생명과 인생살이의 신비가 드러난다. 우리를 지극히 인간적이게 만들고 우리 서로를 한데 묶어주는 그 무엇들을 곰곰히 헤아려 보면서 우리는 우리의 생명 안에 깊이 숨어있는 삶의 신비를 비로소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내 어머니께 마지막 병자성사의 성유를 발라드렸을 때 이 생의 마지막 전투를 치르시도록 준비해 드렸던 것일까? 평생 하느님과 친하게 지내셨던 어머니 이셨기에, 어머니께서는 악령의 권세를 더욱 강하게 느끼고 계셨던 것일까? 그렇게도 많은 시간을 기도로 보내셨던 어머니이셨기에 우리가 ’시험자’요, ’유혹자’라고 부르는 그 놈의 존재를 더 잘 알고 계셨던 것일까? 어떤 면에서 확고한 믿음이 의심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위대한 사랑이 미움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깊은 희망이 절망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어머니께서는 돌아가시기 전 3 주전에 ’내가 병원에서 수술하고 고통받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죽는다는 것, 죽어서 하느님 대전에 나아가 내 일생을 하느님께 보여드리는 그것이 두렵다’고 말씀 하셨었다. 어머니께서 겁이 났던 것은 하느님과의 대면이었다. 어머니께서는 하느님의 그토록 크신 위대하심을 느끼는 반면에 자신의 무(無)와 미소함을 너무 깊이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그 위대한 만남이 너무나도 두려웠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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