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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Sortes Apostolorum...
작성자오상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1-05-14 조회수1,684 추천수13 반대(0) 신고

Sortes Apostolorum(사도들의 제비뽑기)

 

성 마티아 사도 축일이다.

배반자 유다를 대신하여

초대교회 공동체는(120명) 이스라엘 열두지파를 상징하여

사도단의 숫자를 채우고자 한다(12).

 

두 사람이 천거되었다.

바르사빠라고도 하고 유스도라고도 하는 요셉과

마티아였다.

 

어떻게 보면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우리 인간이 뽑는다면 아마도 요셉을 뽑았을 것이지만

성령께서 뽑으신다면 분명 마티아가 뽑히리라는 것은

조금만 영적인 눈이 열린 사람이라면 알게 된다.

 

요셉은 이러저러한 직함이 많은 사람을 대표하고

마티아는 아무런 직함이 없는 단순한 사람을 대표한다.

우리는 국회의원을 뽑던

본당 회장을 뽑던

단체장을 뽑던

그 사람의 경력과 직함을 본다.

어디 출신이고 무슨 일을 해왔고 또 지금 하고 있는지

천거된 사람도 자랑삼아 좀 더 나열하고

심지어는 거짓으로 더 적어 넣기도 하고

투표하는 사람들도 그러한 화려함 직함을 보고 뽑는다.

아마도 그렇게 뽑았으면

분명 바르사빠라는 직함과 유스도라는 직함을 갖고 있던

요셉이 뽑히지 않았으랴?

하지만 하느님의 일꾼은 그렇게 선발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고 생각하는 사람,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

결코 화려하지 않은 사람을

하느님께서는 뽑으신다.

왜냐하면

화려한 직함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잘 났기에

뽑힌 줄로 착각하고 자신이 마땅히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여기고,

단순한 사람은 <내가 너희를 뽑았다>는 주님의 말씀을

<그렇고 말구요> 라고 진정으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나도 직함이 너무 많다.

부관구장

양성학문사무국장

영속적양성담당자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관장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사무국장

프란치스칸 영성학교장

재속프란치스코 서울 안토니오 형제회 영적보조자

그외...

이런저런 위원회의 위원...

 

저런

사도들의 제비뽑기가 있다면

나는 분명 그 자체로 탈락될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단순히

작은 형제 오바오로로 기억되고 싶다.

이 모든 직함은 나에게 장애가 될 뿐이다.

무슨 직함으로 일하던

그냥 작은 형제회 오바오로이기를 고집해야만 한다.

예수가 그냥 예수였듯이

프란치스코가 그냥 작은 형제였듯이

성녀 글라라가 그냥 작은 자매였듯이

마티아가 그냥 마티아였듯이

나도

그냥 작은 형제 오바오로여야 한다.

그 어떤 이름도 진짜 나의 이름이 아님을 고집해야 한다.

아니, 원래부터 아니기에 그냥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해야 할 것이다.

 

회관 직원들과 함께 어쩔 수 없이 명함을 만들었는데

거기에 관장이라고 적혀 있다.

다음번에 혹시라도 만들게 된다면

아무직함 없이

그냥 작은형제 오바오로 라고 단순하게 만들어라고 주문해야겠다.

 

사도 성 마티아,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서로 잘난 맛에 사는 우리들에게

서로 못나고 단순한 사람으로 자처하는 사람만이

부활의 증인 자격이 있음을 가르쳐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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