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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죽음 앞에서(39)
작성자김건중 쪽지 캡슐 작성일2001-05-15 조회수1,684 추천수6 반대(0) 신고

39. 죽음 앞에서

 

죽음을 맞딱뜨릴 때 찾아오는 공포와 두려움은 무엇일까?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인가? 징벌에 대한 두려움인가?

아니면 하느님의 현존이라는 엄청난 현실에 대한 두려움인가?

나는 그 해답을 알 길이 없지만 내가 목격하고 느낀 바에 따르면

이것은 정말 심오한 그 무엇이었다.

이 두려움은 하느님과 우리

인간사이를 갈라놓는 거대한 심연,

신앙으로써만 건널 수 있는 머나먼 거리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우리의 가정, 사랑하는 사람들,

우리의 육체와 거기에 따르는 부수적인 것들,

우리의 정신과 그의 소산인 생각들,

이 모든 것들이 망가져 버리고 이제는 더 이상 붙잡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여길 때 그런 때에 유혹과 시험은 찾아온다.

바로 이때 우리는 자비로우신 주님께 신앙으로 우리 자신을 내어드리고, 주님께서 우리를 끝없는 골짜기로 떨어지도록 내버려두지 않으시며,

우리를 거두시어 우리를 위해 준비하신

편안한 집으로 데려가실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죽음의 순간에 모든 것은 신앙이 된다.

우리 존재를 속속들이 아시고, 죄 많은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믿는 믿음만이

이생과 다가올 세상을 연결시켜 주는 유일한 문인 것이다.

 

한 죽음 앞에서 우리가 함께 바치는 기도들이야말로

우리가 불안이나 두려움 없이 함께 있을 수 있는 공간이요 방편이었다.

이 기도들이 바로 우리가 당황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대는

부적절한 표현들을 애써 참지 않고도 의사소통 할 수 있는

편안한 거처였던 것이다.

 

시편, 주의기도, 성모송, 사도신경, 성인 호칭기도,

그리고 그 밖의 많은 기도들이 우리서로가,

또 외로운 투쟁을 계속하고 계시던 어머니와 우리 사이가  

더욱 더 가까워 질 수 있는 안전한 바람막이요 구조물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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