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공동체(44)
작성자김건중 쪽지 캡슐 작성일2001-05-20 조회수1,732 추천수6 반대(0) 신고

44. 공동체

 

우정, 결혼, 가족, 수도생활 그 밖의 여러 형태의 공동체는

고독이 고독을 반기며,

영(靈)이 영에게 말을 건네고,

마음이 마음을 부르는 자리이다.  

참 공동체는 개개인이 서로 적응하고 타협하는 능력과는 거리가 멀다.

비슷비슷한 교육배경, 심리적인 상태, 혹은 사회적 지위 같은 것이

우리를 한 곳에 모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내용들이 공동체의 토대가 될 수는 없다.

공동체는 우리를 불러모으시는 하느님 안에서 시작하는 것이지

서로의 인간적인 매력에 의해 성립되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권익옹호를 위해,

또 자신들의 지위 확보를 위해,

그리고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어떤 집단을 이룬다.

그러나 이런 집단들은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시는 공동체가 아니다.

비그리스도교적인 집단들은 두려움의 장벽들을 제거하고

하느님을 위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 대신

실제적이거나 가상적인 침입자를 상정하고 스스로를 폐쇄한다.

공동체의 신비는 말 그대로

그 공동체의 구성원 각자의 차이와는 상관없이

’모두’를 그리스도의 형제요, 자매로 받아들이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아들·딸로 받아들여

예외 없이 함께 살도록 하는 것이다.

 

공동체 정신은 우리가 함께 침묵할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준다.

이 때 침묵은 우리를 당혹하게 하는 침묵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한데 불러모으시는

주님께 시선을 집중시키도록 만드는 침묵이다.

이런 침묵 속에서 우리는 서로 서로를

각자가 애써서 억지로 만들어 놓은

소위 자기정체성으로 파악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같은 하느님으로부터

지극한 사랑으로 특별히 사랑 받는 사람으로 서로를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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