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어머니께 평화를...(부활 제6주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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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상선 | 작성일2001-05-20 | 조회수1,847 | 추천수20 | 반대(0) 신고 |
<말씀>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주는 것이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아라.>
<묵상>
어머니의 79회 생신이어서 안동 동생댁을 다녀왔다. 여러가지로 바쁜 일정도 있지만 이제 몇번이나 더 생신을 지낼 수 있을까 생각되어 마음먹고 다녀왔다.
근 1년만에 뵈옵는 어머니의 모습이 달라졌다. 작년에는 몹시 초췌한 모습이고 뭔가 병색이 있으셨는데 얼굴에 평온함이 스며 있고 몸도 훨씬 좋아 보이신다. 어머니의 이 평온함을 뵈오니 기쁘기 짝이 없다. 오늘 가족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면서 제가 어머니께 드리고 싶은 선물은 오늘 주님께서 주시겠다고 하시는 바로 그 <평화>를 정말 어머니께 주시도록 기도하는 것이라고 말씀 드렸다.
실제로 주님께서는 어머니께 그 평화를 주셨고 앞으로도 그 평화를 주시리라 생각된다.
일찍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 덕분에 8남매를 홀로 키우시느라 여념이 없으셨고 두 자식을 당신보다 먼저 보내야 하는 큰 아픔도 겪으셨고 수도원 가서 신부가 된 아들을 뒤쫓아 신자가 되셨지만 늘 마음 속 한가운데 염려와 걱정을 하셨던 그 어머니가 아니던가! 이제 이러한 근심걱정은 어머니에게서 사라지신 것같다.
성당일에도 열심이시고 동네 노인들과의 관계도 열심이시고 세라젬인지 뭔지 하는 치료기 운동하러 매일 빠지지 않고 가시고 약장수에게 팔려 이것저것 구경도 하시고 많은 자식들 하나하나 생각하며 없는 돈 털어서 요것저것 사 모으셨다가 함께 모일 때 한 보따리씩 모정으로 나누어 주시고... 건강하게 살다가 덜 아픈 채로 죽고 싶구나 하신다.
그래 바로 이게 주님께서 주시고자 하신 그 평화가 아닌가? 세상이 주는 부와 재물, 건강 등을 통한 평화와 안정이 아니라 소박하면서도 하루하루 근심걱정 않고 사랑의 마음으로 온유하게 살아가는 것, 바로 이것을 주님께서는 주시고자 하신 게 아닌가?
어머니의 이 평화는 바로 주님께서 주신 선물이다.
주님, 이 선물을 끊임없이 어머니께 내려 주소서. 얼마 남지 않은 여생 이 평화 가운데 머물고 사시다 당신 얼굴 뵈옵게 하소서.
왠지 오늘은 기쁘게 잠을 잘 것 같다. 맑고 밝으신 어머니의 모습이 다시 그립다.
어머니, 행복하소서. 주님께서 주시는 그 평화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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