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십자가와 희망(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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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중 | 작성일2001-06-04 | 조회수2,337 | 추천수8 | 반대(0) 신고 |
59. 십자가와 희망
사람이 자신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나는 이러한 내용을 정도가 심한 장애인들이 모여 사는 라르슈 공동체인 라 포레스티에르에서 체험했다. 의사소통에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의 마음에 무엇이 오고 가는지 헤아리기가 무척 어려웠다. 그러나 이들과 함께 있어보면서, 단순히 공감과 이해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존재론적인 두려움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망가진 사람들의 불안과 고뇌를 통해 겟세마니 동산에서 겪었던 예수님의 고뇌를 짐작해본다. 장애인들의 고통은 그 어느 누구도 완전히 이해 못할 엄청난 외로움이다.
장애인들의 외로움은 단순하게 곁에서 돌보아 줄 친구나 편리하게 지낼 수 있는 병원 같은 것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그 너머에 있는 무엇, 뿌리부터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존재론적인 절망과 불안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어떠한 변화도 기대하지 않으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닌 거대한 두려움의 옆에 그저 사랑으로 있어주는 것 그것뿐이다. 마치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우리 곁에서, 십자가를 지셨고, 그 십자가 너머로 우리를 인도해 주셨듯이 말이다.
놀랍고도 신비스럽게 장애인들과 보조자들은 그들의 고통과 고뇌보다도 더 강한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 낸다. 이들의 공동체는 행복과 슬픔을 안고서, 그리고 초월하여 놀랍고도 멋있는 하느님 현존의 표현을 이루어낸다. 이들에게 십자가는 뿌리 없는 저 너머에 있는 존재의 근원에 있는 뿌리를 찾는 희망의 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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