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코스모스..(6/13) | |||
---|---|---|---|---|
작성자노우진 | 작성일2001-06-11 | 조회수1,709 | 추천수17 | 반대(0) 신고 |
이 곳 춘천은 북한강, 소양강을 끼고 도로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도시이다. 그 길가로 피어있는 꽃들은 그런 경치와 어우러져 그 아름다움을 한층 더 고조시키고 있다. 계속된 가뭄으로 여기저기 피폐한 모습이 있건만 거리의 꽃들은 그 생명력을 지탱하고 있다.
난 사실 꽃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그래서 내가 사는 이 도시의 거리에 피어있는 꽃이 대부분 코스모스라는 것도 몇 일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 코스모스는 내가 예전에 알고 있던 그 코스모스가 아닌 노란 색일색이었다. 알고보니 서양에서 들어온 코스모스였다. 말 그대로 수입 코스모스 였다. 이 녀석은 워낙 튼튼해서 왠만한 어려움도 잘 이겨낸단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나라 토종 코스모스는 이 녀석들에게 밀려서 도저히 견뎌낼 수가 없는 것이다.
서양에서 들어온 청솔모가 토종 다람쥐를 잡아먹는 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제는 코스모스마저 서양 종자가 들어와 토종 코스모스를 몰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태를 슬퍼하면서 나의 내면도 그렇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국이라는 땅에 태어나 서양의 학문인 신학을 공부한 나! 이태리를 고향으로 하고 있는 창립자가 세운 수도회에 속한 나!
그래서 그런지 나는 어느새 머리와 가슴이 외국인과 흡사한 모습이 되어가고 있었다. 겉으로보기에 분명 한국사람인데 말이다.
서양은 나쁘고 한국은 좋다. 아니면 폐쇄적인 민족주의를 이야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머리로 복음을 이해해야하고, 한국인의 가슴으로 복음을 살아야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하게된다.
만일 내가 오늘 복음의 말씀처럼 소금이 짠 맛을 잃듯이 한국인이라는 신원을 잃어버린다면 어찌 될까? 그것은 소금은 소금이나 진정한 것일 수 없고, 등불이라해도 진정한 등불일 수 없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맘 안에 약하지만 바람에 하늘거리는 토종 코스모스가 한 송이씩 피어날 그날을 기대해본다.
행복하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