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살 맛 나는 세상을 위하여(연중 10주 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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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1-06-12 | 조회수1,890 | 추천수22 | 반대(0) 신고 |
2001, 6, 12 연중 제10주간 화요일 복음 묵상
마태오 5,13-16 (소금의 상징어, 빛의 상징어)
여러분은 땅의 소금입니다. 그러나 소금이 싱겁게 된다면 무엇으로 그것이 짜게 되겠습니까? 다시는 아무데도 쓸데없으므로 밖에 내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힙니다.
여러분은 세상의 빛입니다. 산 위에 자리잡은 도시는 숨겨져 있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등불을 켜서 그것을 됫박 밑에 놓지 않고 등경 위에 놓습니다. 그래야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비칩니다. 이처럼 여러분의 빛이 사람들 앞에 비치어, 그들이 여러분의 좋은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여러분의 아버지를 찬양하도록 하시오.
<묵상>
살 맛 나는 세상!
언젠가부터, 정확히는 세상 돌아가는 꼴에 슬슬 염증과 분노를 느끼기 시작할 때부터 꿈꾸던 세상입니다. 때때로 이해하기 어렵게 다가오는 '하느님 나라'를 우리 식대로 정감 어리게 불러보자면 바로 '살 맛 나는 세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살 맛 나는 세상!
뭐라고 딱 잘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다들 나름대로 느낄 수는 있을 듯 싶습니다. 굳이 이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꼽으라면, 사랑, 믿음, 평화, 기쁨, 희망, 더불어 함께, 정, 웃음, 넉넉함, 따뜻함, 느긋함 등을 들고 싶습니다. 그러기에 이러한 것들이 부족할 때, 세상 살 맛이 별로 나지 않을 것입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살이 가운데서, 복잡 미묘한 인간 관계 안에서 살 맛을 잃어가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무미건조한 세상살이 가운데서, 실타래처럼 얽힌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잃었던 세상 사는 맛을 불현듯 되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나름대로의 원인이 있기 마련입니다.
여러 가지 원인 중에서 가장 커다란 것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와 '나를 둘러싼 사람들', 즉 '너', 그리고 '나'와 너'가 얽히고 섥혀 있는 '우리'가 바로 이 '사람'이겠지요. '나'든 '너'든 '우리'든, 사람들에게 치일 때 삶의 공간인 세상은 말 그대로 지옥처럼 다가오겠지만, 이와 반대로 사람이 있는 그대로 소중한 벗으로 다가올 때 세상은 살 맛 나는 곳일 것입니다.
살 맛 없는 세상에 다시금 맛을 돋구는 사람이 되라고, 음식의 간을 맞추기 위해 음식 속으로 들어가 자신을 완전히 녹여 없애는 짠 소금과 같은 사람이 되라고 예수님께서 부르십니다. "여러분은 땅의 소금입니다." 참으로 매력적인 말씀입니다. 살 맛 나는 세상을 꿈꾸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살 맛 나는 세상이 되도록 세상 속으로 녹아 들어가라는 멋진 초대입니다. "그러나 소금이 싱겁게 된다면 무엇으로 그것이 짜게 되겠습니까?" 세상의 맛을 내기 위해서 내가 고유하게 지니고 있어야 할 맛을 절대로 잃지 말라는 사랑 가득한 따끔한 충고의 말씀입니다.
요 며칠 동안, 함께 하고 있는 벗들로 인해(전적으로 그들 탓만은 아닙니다만) 솔직히 조금 사는 맛을 잃었습니다. 다른 한편 저로 인해 그 벗들도 사는 맛을 잃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좀 더 내 자신과 내가 만나고 있는 벗들에 대해서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서로의 삶 안에 먼저 스며들어가 서로의 삶을 좀 더 맛깔지게 만드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작은 만남에서 시작된 맛내기가 점점 커져 살 맛 없는 세상에 다시금 살 맛을 내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작은 꿈을 가져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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