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나도 살인자? (연중 10주 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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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1-06-14 | 조회수2,082 | 추천수16 | 반대(0) 신고 |
2001, 6, 14 연중 제10주간 목요일 복음 묵상
마태오 5,20-26 (제1 대당명제: 성내지도 말라)
"여러분에게 말하거니와, 여러분의 의로움이 율사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보다 넘치지 않으면 여러분은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입니다."
"'살인하지 말라. 살인하는 자는 재판에 회부될 것이다' 라고 옛사람들에게 하신 말씀을 여러분은 들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자기 형제에게 분노하는 사람은 누구나 재판에 회부될 것이며 자기 형제더러 바보라고 하는 사람은 최고의회에 회부될 것이고 어리석은 놈이라고 하는 사람은 불붙는 지옥에 회부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제단에 당신의 예물을 드리려 할 때에 당신 형제가 당신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일을 거기서 기억하게 되거든 당신의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두고 우선 가서 당신 형제와 화해하시오. 그 때에야 와서 당신의 예물을 드리시오. 당신이 당신 적수와 함께 길을 가고 있는 동안에 얼른 그와 화해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적수가 당신을 재판관에게 넘기고 재판관은 하인에게 넘겨 당신은 감옥에 갇힐 것입니다. 진실히 당신에게 말하거니와, 마지막 파드란스까지 갚기 전에는 결코 거기서 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묵상>
사람에게는 단 하나의 소중한 생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단 하나의 소중한 생명은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생명(단 하나의 생명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무수히 많은 생명이 하나로 모아져 단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이룹니다.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육체적 생명, 정신적 생명, 사회적 생명, 정치적 생명... 사람은 자신이 생활하는 모든 영역에서 생명을 발산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생활하는 모든 영역에서 생명을 발산할 때 온전히 한 사람으로 살아있을 수 있습니다.
죽임은 생명의 발산을 저지시키는 것입니다. 그것이 어떠한 생명이 되었든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데 흔히 살인이라고 하면 육체적 생명을 죽이는 것만을 생각합니다.육체적 생명이 있는 한 그 사람은 살아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람을 단순히 육체적 존재로만 바라보는 비인간적인 발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비인간적인 발상을 깨뜨리십니다. 예수님께서는 한 사람의 육체적 생명 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생명 안에 담긴 무수한 생명들의 존엄함을 일깨우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굳이 살인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으셨지만, 사람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살인이라는 개념의 폭을 넓히십니다. 자기 형제에게 분노하는 사람, 자기 형제에게 바보라고 하는 사람, 자기 형제에게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 이 사람들도 살인자와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심으로써 말입니다.
사람의 마음에 비수같은 말로 상처를 내는 것은 그 사람의 정신적 생명을 갉아먹는 것입니다. 사람의 꿈을 짓밟는 것은 희망을 먹고 자라나는 그 사람의 생명의 싹을 자르는 것입니다. 사람을 증오하는 것은 사랑을 먹고 자라나는 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입니다. 사람을 비난하고 모함함으로써 공동체 안에서 온전한 생활을 할 수 없게끔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사회적 생명을 앗아가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피와 땀의 댓가를 착취하는 것은 정당한 노동의 댓가로 자라나는 경제적 생명을 죽이는 것입니다. 이 모두가 사람을 죽이는 것입니다.
'나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절대로!' 라며 강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삶 안에서 크고 작은 죽음을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죽이는 사람의 입장에 선 극히 편협한 주장일 뿐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매일의 생활 안에서 무수히 많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사람을 죽이면서 자신의 말과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제대로 알 지 못하고 있는 것이 또한 우리의 현실인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어제처럼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말과 행동을 통해 서로를 나눌 것입니다. 과연 무엇을 나누었고 나눌 것인지를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생명이냐? 죽음이냐?", "살림이냐? 죽임이냐?"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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