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작명가이신 하느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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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상선 | 작성일2001-06-29 | 조회수2,233 | 추천수17 | 반대(0) 신고 |
오늘 베드로 바오로 대축일이다. 나의 주보축일이기도 한 이 날에 무엇보다도 이름자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사실 신앙의 위대한 스승들 중에는 하느님께로부터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거나 적어도 이름자에 얽힌 사연들이 있는 분들이 많다.
신앙의 위대한 선조인 아브라함은 원래 아브람이었고 그 아내 사라는 원래 사래라 불리었다. 베드로는 원래 시몬 바르요나였고 바오로는 원래 사오로(사울)였다.
세례자 요한은 자칫 즈가리아가 될 뻔하였고 나의 사부인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요한이라 불릴 뻔하였다.
나의 이름은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셨다고 한다. 오상선... 상선이라하면 고기잡는 배 내지는 무역용 배를 선뜻 떠올리게 되고 또 상선인지 생선인지 물고기 개념을 떠올리게도 되는가보다. 그래서 나는 내 이름자가 지극히 크리스천적이고 복음적인, 더나아가 프란치스칸적인 이름이라고 항변(?)하기도 하는데... ’상’ 자는 ’서로 상’ 자인데 우리 집 항렬이 그렇게 된것이고 보통 ’선’자는 ’착할 선’일거라고 짐작을 많이 하는데 ’베풀 선’ 혹은 ’펼 선’ 혹은 ’선포할 선’자이다. 그래서 이름을 풀면 "서로 베푼다" "서로 나눈다" "서로 펼친다" "서로 선포한다"가 되기에 이 얼마나 복음적이고 크리스천적이냐고 말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내 이름자는 오 상선이 아니라 오상 + 선이라고 억지주장도 한다. 주님과 우리 사부 성프란치스코가 받으신 ’다섯상처’에다가 선자체이신 하느님의 그 ’선’이기에 얼마나 프란치스칸적인 이름이냐는 것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럴 듯한 주장이 아닌지요? 아마도 저는 그렇게 살기를 주님께서 바라신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세례 때 수녀님께서 나에게 바오로라는 이름을 지어주셨습니다. 바오로 사도에 대해 잘 몰랐기에 수녀님께서 지어주시는 이름에 감사했고 무엇보다도 제가 개신교에 다닌 적이 있기 때문에 바오로사도의 개종 때문에 그 이름을 흔쾌히 받아들였지요.
그런데 살아갈수록 바오로 사도의 기질과 저의 기질이 별로 맡지 않는다고 그 이름을 크게 사랑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수도원에 들어왔을 때 수도원에는 벌써 오바오로라는 형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또바오로’라 잠시 불리기도 했지요. 그래서 수련착복 때는 수도명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때가서는 이름자를 바꾸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저는 ’바르나바’ 사도가 늘 마음에 들어서 그렇게 바르나바로 개명해야겠다 생각을 하였답니다. 그런데 제가 수련착복을 하기 전에 그 오바오로라는 형제가 수도원을 떠나버리는게 아니겠습니까? 같은 이름이 없으니까 그냥 세례 때 하느님께서 주신 이름을 쓰는게 좋겠다는 수련장님의 말씀에 그냥 오바오로라는 이름을 계속 갖게 되었습니다.
오늘 그분이 주신 이 오바오로라는 이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봅니다. 나의 기질과는 좀 다르다는 것 때문에 별로 사랑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오늘 만큼은 이 이름에 감사를 드려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이름자를 나에게 지어주신 하느님께서는 아마도 내가 바오로 사도의 다른 점보다는 끝까지 항구하면서 당신 사랑에 대한 열정에 불탔던 그 점을 배우라고 명하고 있음을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나를 본받으시오!"라고 하는 바오로 사도의 말이 너무도 교만스럽게 들렸었는데, 이제는 그래 그렇게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사셨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완성에 이른 것이 아니라 그 완성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고 있을 뿐"이라고 고백하는 그 말씀에 나도 동참하고 싶습니다.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저는 필명으로 오바라기란 이름을 자주 사용합니다. 바라기는 "주님만 바라보고, 성 프란치스코만 바라보자"는 저만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 이 이름자도 축복해 주시길 빕니다.
작명가이신 하느님은 찬미받으소서! 아멘.
베드로, 바오로, 페트라, 베르다, 바울라 형제자매들에게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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