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토마스 사도에게(성 토마스 축일)
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1-07-03 조회수2,382 추천수11 반대(0) 신고

 

2001, 7, 3  성 토마스 사도 축일 복음 묵상

 

 

요한 20,24-29 (예수와 토마)

 

그러나 열두 (제자) 중의 하나로서 디디모스(쌍둥이)라고 불리는 토마는 예수께서 오셨을 때에 그들과 함께 있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제자들은 그에게 "우리는 주님을 뵈었소"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그는 그들에게 "내가 그분의 손에 있는 못자국을 (눈으로) 보고, 내 손가락을 그 못자국에 넣어 보고, 또한 내 손을 그분의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 하고 말했다. 여드레 후에 그분의 제자들이 다시 (집) 안에 (모여) 있었는데 토마도 그들과 함께 (있었다). 문들이 잠겨 있었는데도 예수께서 오시어 한가운데에 서시며 "여러분에게 평화!"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시고는 그분께서 토마에게 말씀하셨다. "당신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들을 (살펴) 보시오. 그리고 당신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시오. 그리하여 믿지 않는 (사람이) 되지 말고 믿는 (사람이) 되시오." 토마는 대합하여 그분께 말했다.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예수께서는 그에게 "당신은 나를 보고서야 믿었습니다. 보지 않고서도 믿는 이들은 복됩니다!" 하고 말씀하셨다.

 

 

<묵상>

 

오늘 처음으로 당신께 편지를 씁니다.

 

오늘 당신의 날을 맞아 요한 복음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흔히 '토마의 불신앙'이라고 전해오는 한편으로 안타까움마저 드는 말씀을 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 영원히 전해질 복음서에 당신의 오점이 남아 있다는 것이 저는 왠지 못마땅합니다.

 

오늘도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당신께 남기신 말씀, "당신은 나를 보고서야 믿었습니다. 보지 않고서도 믿는 이들은 복됩니다!"라는 말씀을 되새기며 자위할 것입니다. '나는 예수님을 직접 보지 않고도 믿으니까, 토마 사도보다 훨씬 복되다고... 토마스 사도의 불신앙에 비한다면 나는 얼마나 굳은 믿음을 지니고 있는가...' 라고 말입니다.

 

참 우스운 일입니다.

 

감히 어떻게 당신의 불신앙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당신보다 굳센 믿음을 지니고 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이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것을 믿지 않으셨다고요? 그 까닭이 발현하신 예수님을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요?

 

아니지요. 정말 그것은 아니지요.

 

당신은 어느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사랑하셨기에 그만큼  예수님을 알고 싶으셨습니다. "여러분은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습니다"(요한 14,4)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을 때, 당신은 물으셨습니다. "주님, 우리는 당신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모르는데 그 길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요한 14,5)라고. 당신은 솔직하셨습니다. 아는 듯 모르는 듯 그냥 넘어갈 수가 없으셨던 것이지요. 다른 것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주님으로 믿고 고백하는 예수님에 대한 것만은 두리뭉실 넘어갈 수가 없으셨던 것이지요. 그래서 다른 사도들은 눈만 껌벅이며 있을 때, 당신은 과감하게 물으셨던 것입니다. 그렇죠. 이것이 예수님을 향한 당신의 사랑 표현이었음을 저는 압니다. 예수님을 향한 당신의 물음은 의심의 물음이 아니라 확신을 위한 물음이었음을 압니다.

 

제가 알고 있는 당신은 예수님과 함께 하고자 하는 열정으로 불타올랐던 분입니다. 저는 라자로가 죽었을 때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때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지요. "라자로는 죽었습니다. 당신들이 믿도록 하기 위해서는 내가 (오히려) 거기에 없었던 것을 당신들 때문에 기뻐합니다. (자), 그에게로 갑시다"(요한 11,14-15)라고. 그때에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셨나요? 물불 가리지 않고 "우리도 그분과 함께 죽으러 갑시다"(요한 11.16)라고 하셨지요. 이것 저것 가릴 것 없이 무작정 주님과 같이 죽으러가자는 당신의 단순함과 무모함은 바로 이 열정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었나요?

 

이런 당신이 발현하신 예수님을 보지 못해서 믿지 않았다는 것을 처음에는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내가 그분의 손에 있는 못자국을 (눈으로) 보고, 내 손가락을 그 못자국에 넣어 보고, 또한 내 손을 그분의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라는 당신이 말씀, 정말로 당신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당신이었기에 이렇게 말씀하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어느 누구보다도 간절히 원했을 주님의 부활 소식을 들었을 때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끼셨겠지요. 믿고 싶으셨겠지요. 그러나 주님을 향한 당신의 사랑과 열정은 주님께 대한 모든 것을 직접 확인하도록 이끌었을 것입니다. 주님께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가득 찬 당신은 누군가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주님을 뵙고 싶으셨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주님께서 당신 앞에 나타나셨을 때, 당신은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라고 감격스러운 고백을 하셨던 것이 아닙니까?

 

이제 남들은 '토마의 불신앙'이라고 말하더라도, 저는 '토마의 신앙, 토마의 열정'이라고 말하렵니다. 주님이 누구신지, 주님을 따르는 길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알려고도 애쓰지 않으며, 그저 입으로만 머리로만 '주님, 주님'이라 외쳐대며 '주님을 보지 않고 믿는 나는 주님의 은총을 받을 거야!'라고 되내이는 허울 좋은 그리스도인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늘도 성서를 읽고 묵상합니다. 신학 서적을 읽고 고민합니다. 만나는 사람들, 겪게 되는 사건들을 통해 주님을 만나고자 합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묻습니다. "주님,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의 뜻은 무엇입니까? 당신께서 원하시는 삶은 무엇입니까?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당신을 보여주시렵니까?"라고. 주님을 사랑하기에, 주님과 함께 하고 싶기에 말입니다.

 

당신의 열정과 신앙을 생각하면서 조금이나마 당신을 본받아 주님께로 한걸음 더 나아가고픈 시간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