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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흘동안 고개숙인 아브라함의 무거운 어깨...
작성자박후임 쪽지 캡슐 작성일2001-07-05 조회수1,894 추천수5 반대(0) 신고

사흘동안 고개 숙인 아브라함의 어깨......  

 

말씀; 창세기22,1-19

묵상;

 

음......흠흠...

오늘 아침은,

아들 이삭을 바치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그저 예....하며 답하곤,

묵묵히 준비하곤, 모리아로 떠나는

아브라함을 만났봤슴다.

 

어떻게 아들을 바치라는 말씀에,

한 마디의 대꾸도 없이 "예...."할 수가 있는지.

제 가슴이, 오히려 아픔으로 꽉 차서

먹먹해졌지요. 몹시 답답했슴다.

 

저 같으면, 득달같이

"왜요? 하나님 꼭 이삭이어야 하나요?

하나님이 이삭이 필요하신가요?

이렇게 달라실꺼면 왜 주셨어요...."

하며 원망어린 질문을 쏟아부었을 겁니다.

예.... 하지만, 아브라함은 아무말이 없네요.

 

아브라함을 만나고 싶었어요.

저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아브라함을 만나러,

모리아로 향하는 길로 가 보았슴다.

 

아브라함은 절 쳐다도보지 않았지요.

그의 머리는 오로지 땅으로만 향해있었슴다.

그렇게 사흘길을 아무 말없이.....

사흘이 지난 뒤에야 비로서 고개를 들어

멀리 그곳을 바라볼 수 있었슴다.

 

궁금해서요...몹시 궁금해하는 저를 보곤

그냥 암말도 않하고, 잔잔히 웃기만 하네요.

아픈 웃음입니다.

그의 눈에 어린 눈물자욱을 보았지요.

그 아픔 끝의 웃음 앞에서,

전 한 마디도 못 물어봤슴다.

물어볼 수가 없었슴다.

그냥, 가만히.

그저 가만히 있었슴다.

 

아브라함이 묻네요. 오히려 나더러.

이럴 때 후임이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냐구....

저도 암 말 못했슴다.

왜냐믄, 저도 아브라함과 똑같을 것 같았슴다.

저도 알거든요. 예... 머리로는 다 압니다.

...

그래서 사흘길이 필요했겠지요.

머리로 아는 것이 가슴으로 내려오기 까지...

하늘을 바라볼 수 없을 겁니다.

땅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겠지요.

저라도 아브라함과 같았을 겁니다.

아니, 어쩜 저는 대성통곡을 하면서

갔을지도 모르겠슴다.

 

제 안에서는 이렇게 아브라함에게

이야기하고 있었슴다.

 

" 하나님, 전 못합니다. 저로서는 할 수 없지만,

하나님은 하실테니, 하나님이 하세요.

맨 처음부터 제게 허락하시고 주신 것은

하나님이셨으니까요, 이제 다시 데려가신다 한들

그것은 원래 제 영역이 아니었슴다.

그동안의 사랑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슴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귀로 들리지 않아도

함께 있어 느끼지 못해도

그간의 나눈 사랑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슴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영혼의 사랑을 하라시는 거지요?

영원한 사랑을.....

하지만, 하나님. 아픈 건 아픈 겁니다.

그리고, 저로서는 도무지 할 수 없습니다.

저의 믿음으로는..... 저로서는.

하나님의 뜻이 내게서 이루어지도록

나를 도와 주세요....

제발 나를 도와주세요."

 

아마 이런 고백이 나올 때까지,

고개를 들지 못했던 아브라함을 충분히 이해함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수 없었을겁니다.

하늘엔 온통 이삭으로 가득할테니까요.

이삭에 대한 사랑으로.

그래서 땅만 바라봤을 겁니다.

사흘이 필요했을 겁니다.

 

사흘동안, 땅만 바라보며,

이삭을 내려놓은 아브라함의 사랑에,

사랑으로 있음에 경의를 표합니다.

 

*****

가슴이 많이 아파왔슴다.

하지만, 내게 말씀을 통해

저를 만나게 하시니, 은총이었지요.

하나님은 누구보다도,

아니 저 보다도 더 저를 많이 알고계신분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슴다.

좋으신 분.

사랑이신 분.

...

고요한 아침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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