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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8(일) 사제로서의 부끄러움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1-07-07 조회수2,277 추천수19 반대(0) 신고

오늘 우리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순교 대축일을 경축하고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처럼 국가를 위해서 싸우다 돌아가신 분에 대해서 우리는 순국하셨다고 합니다. 또 한 경찰관이 너무 열심히 일하다가 과로로 숨졌을 때 우리는 순직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순교란 무슨 뜻이겠습니까? 위와 마찬가지로 종교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행위입니다. 좀 더 좁혀서 말한다면 교회를 위해서 일하다가 죽는 것,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하느님을 증거하다가 목숨을 잃는 것 그것이 바로 순교입니다.

 

200여년 한국 천주교 역사 안에 가장 대표적인 순교자를 꼽는다면 그분은 바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일 것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을 생각할 때 마다 저는 솔직히 같은 사제로써 큰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큰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1821년에 태어나셔서 1846년에 돌아가셨으니 고작 26세 되던 나이에 순교하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일은 그분께서 그 숱한 지리적 언어적 문화적 장벽을 다 극복하시고 천신만고 끝에 사제로 서품되셨는데, 서품 1년도 채 못되어 순교당하셨던 것입니다.

 

솔직히 인간적인 시각으로 김대건 신부님의 생애를 바라다볼 때 너무도 아깝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 젊디 젊은 나이에 그 숱한 어려움을 다 이겨내며 오랜 사제양성기간을 겨우 마친 김대건 신부님이 이제 꿈에 그리던 한국인 첫사제가 되셨는데, 그간 간직해왔던 오랜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채 26세의 나이로 돌아가신 것입니다. 참으로 생각할수록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좀 더 곰곰히 김대건 신부님의 생애를 되짚어보면 그분은 가장 고귀한 것을 하느님께 바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분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 중에 가장 고귀하고 가치있는 것, 다시 말해서 자신의 목숨을 하느님꼐 바쳤던 것입니다. 그것도 가장 꽃다운 나이에 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김대건 신부님의 이런 죽음은 하느님께 드리는 가장 향기로운 봉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장 아름다운 봉헌은 무엇보다도 가장 소중한 것을 바치는 봉헌입니다. 쓸데 까지 다 쓰고, 우려먹을 때 까지 다 우려먹고 드리는 봉헌이 하느님 앞에 합당할 리가 없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봤을 때 김대건 신부님의 순교는 가장 소중한 봉헌이자 가장 가치있는 죽음이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우리의 목숨을 보다 가치있는 대상을 향해 바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목숨은 너무도 소중한 것이기에 무의미한 개죽음을 당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입니다.

 

가장 소중한 것, 가장 가치있는 것인 우리의 목숨을 가장 소중하고 가장 가치있는 분이신 하느님을 위해 바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위해 우리의 하나뿐인 목숨을 바치는 것 그것은 가장 가치있고 영예로운 죽음이 될 것입니다.

 

요즘 우리 시대는 그리 큰 박해도 없고 피를 흘릴 만한 순교의 기회도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우리의 목숨을 하느님께 바칠 수 있겠습니까?

 

길은 한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죽을 각오로 이 세상을 사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살지만 벌써 이 세상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몸담고 있지만 이 세상을 전부라고 여기지 않으며, 이 세상 저너머에 계시는 하느님을 바라보며 더 열심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은 또 다른 의미의 이 시대가 요청하는 순교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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