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목마르다. 사랑을 받고 싶어서.."(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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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미라 | 작성일2001-07-13 | 조회수1,824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지금 내 마음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니 너희는 여기 남아서 나와 같이 깨어 있어라.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하시고자만 하시면 무엇이든 다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아버지, 이것이 제가 마시지 않고는 치워질 수 없는 잔이라면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아직도 자고 있느냐? 자, 때가 왔다. 사람의 아들이 죄인들 손에 넘어가게 되었다. 일어나 가자. 나를 넘겨줄 자가 가까이 와 있다" 마태오 26, 36-46 참조
[묵상]
하늘에 계신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아버지와 하나이신 주님! 당신을 사랑하나이다. 주님께서 아버지와 하나이신 것같이 저도 주님과 하나되고 싶나이다. 오로지 주님과 하나되기만을 위해, 또한 모든 이가 당신과 하나되도록 저의 모든 것 다 당신께 바쳐드리옵나이다. 선하시고 자비로우신 주님! 죄 많은 제가 감히 당신 앞에 나와 기도드릴 수 있음은 당신의 크신 자비와 사랑 때문이옵니다. 당신을 기쁘시게 하여드리고 당신께 영광이 되도록 기도드릴 수 있게 저의 모든 죄를 용서하시고 기도의 은혜를 베풀어 주소서.
사랑하올 주님! 당신은 인간의 모든 죄악을 맡아지시고 하늘로서나 땅으로서나 아무 위로도 없이 온전히 버림받은 사람이 되셨습니다. 아무런 죄가 없으심에도 불구하고 엄노를 발하시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 앞에서 쓰디쓴 쓸개의 잔을 맛보시며 도무지 아무런 위로도 받지 못한 채 엎드려 계신 당신의 고통을 그 어떤 피조물이 헤아려 알 수 있겠나이까? 나약한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하신 그 엄청난 고통의 값으로 우리는 배은과 무시만을 드릴 뿐입니다.
주님께서는 영웅적 비녀 말가리다 알라꼭 성녀에게 "나 받은 고통 중에 제일 아픈 것은 사람들이 내 사랑을 배은 망덕으로 갚아주는 것이다. 저들이 내 사랑을 보답한다면, 나 저들을 위하여 받은 형고를 가볍게 여길 것이요, 할 수 있다면 더라도 받겠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 사랑 지극하신 주님! 당신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우리의 사랑을 얼마나 원하고 계신지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목마르다. 사랑을 받고 싶어서 탄다. 얼마나 내가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지 네가 안다면 아무 것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말가리다 성녀에게 말씀하신 주님! 당신을 사랑하고 싶나이다. 당신이 저를 사랑하듯이 저도 당신을 사랑하고 싶나이다. 하오나, 어떻게 해야 당신을 올바로 사랑해 드리는 것인지 알지 못하오니, 가르쳐 주소서! 진정으로 당신을 사랑할 수 있게 하여주소서!
바오로 사도는 "내가 인간의 여러 언어를 말하고, 천사의 말까지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나는 울리는 징과 요란한 꽹과리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내가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할 수 있더라도, 온갖 신비를 환히 꿰뚫어 보고, 모든 지식을 가졌다 하더라도, 산을 옮길만한 완전한 믿음을 가졌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비록 모든 재산을 남에게 나누어 준다 하더라도, 또 내가 남을 위하여 불 속에 뛰어든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모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라고 했습니다.
사랑 때문에 게쎄마니 동산에서 피땀흘리시며 근심과 번민에 싸여 고통당하시는 주님! 전 이제까지 진정한 사랑, 당신이 원하시는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몰랐습니다. 아니, 알면서도 체면이나 이기심, 자만심 등을 거스르는 십자가의 고통을 받아들이기가 겁이나고 두려워 모른 척하며 십자가 없는 사랑을 택하고 그런 저를 합리화 시키려 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껏 저는 은연중에 남 앞에 자신을 드러내려 하고, 남보다 더 똑똑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하고, 더 부자가 되고 싶어하고, 남에게 존경받으려 하며, 믿음이 깊은 사람으로 남에게 인정받고, 착한 사람으로, 열심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면서 십자가에 달려계신 당신을 사랑한다고 "주님!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고 말하기를 좋아했습니다.
당신은 저를 사랑하시기에 죄가 없으심에도 불구하고 십자가에 달려 고통당하시며 죄인 취급을 받고 계신데..... 저는 있는 잘못을 감추려하며, 남이 저를 좋게 보도록 치장하는데만 급급하여 당신의 고통을 외면하려 했습니다.
당신께서 고통당하시는 것은 인류 구원을 위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뻔뻔스럽게도 저는 제 영광만을 찾으면서, 어떻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고 말할 수 있겠나이까?
주님! 용서하소서! 이 죄인을 용서하소서! 그러한 잘못 말고도 저의 잘못은 얼마나 많사옵니까? 사랑 지극하신 당신과 합당치 못한 점이 얼마나 많사옵니까? 그런데도 당신은 언제나 제 곁에 계시며 당신께로 돌아서기를.... 당신을 향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당신과 하나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며.... 언제나 그렇게 제 마음의 문 밖에 서 계셨습니다.
주님! 진정으로 당신을 사랑하고 싶나이다. 세상 사람들 사이에서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사랑하는 이의 아픔을 같이 나누려 애를 태웁니다. 대신이라도 받겠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사랑하는 이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 노력합니다.
헌데 저는 지금껏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고 말하면서 또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에게 보이기를 좋아하면서 얼마나 십자가에 달려 계신 당신과 함께 그 크나큰 고통을 나누려 했나이까? 당신은 세 번이나 "십자가의 고통"에 대하여 예언하시고 잡히실 줄 뻔히 알면서 게쎄마니 동산으로 가셨습니다. 거기에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 세상의 모든 죄악을 보셨습니다.
하느님을 모독하는 크나큰 죄악! 인간에게 끼치는 손해! 즉, 영원한 지옥! 이런 것들이 당신의 강생, 수난, 죽음, 성사, 미사성제, 교리, 표양의 효과를 받아 입지 않을 것을 생각하시고, 죄인들의 무례함과 소경됨과 완고함과 그로인해 받아야할 영원한 처벌을 보셨습니다.
거기다가 사랑하올 주님께서는 그 때에 이미 저의 고통, 저의 유감, 저의 공포, 저의 근심까지도 보시고 저와 나누셨습니다.
당신께서는 아무런 잘못도 없으시면서 당하는 십자가의 무수한 고통 - --- 채찍질과 - , 가시관 쓰심과 - , 모욕 당하심과 - , 뺨을 맞으심과 - , 침뱉음을 당하심과 - , 십자가를 지고 넘어지며 옷벗김을 당하시고, 못박히시고, 죽으시는 그 엄청난 고통 --- 보다도 당신을 외면하고 사랑을 저버림으로 영영 떠나게 될 영혼들로 인한 고통이 더 극심하시어 피땀을 흘리시며 고뇌하셨습니다......
게쎄마니 동산에서 피땀 흘리시며 고뇌하신 사랑하올 주님! 당신이 왜 그토록 근심과 걱정에 쌓여 고뇌하셨는지 전 지금까지 잘 몰랐습니다. 아니,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께서 거기서 붙잡히시어 십자가의 고통을 당하시고 마침내 죽으셨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능히 잡아가는 그들을 물리칠 수 있으셨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으시고 죄인처럼 끌려가지 않았나요?
예루살렘으로 화려하게 입성하시는 당신을 따르는 것은 참으로 좋습니다.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당신과 함께 있는 것은 더 더욱 좋겠지요. 하지만, 극악 무도한 죄인으로 - 하느님을 모독한 사람으로 - 극형을 받는 당신과 함께 있는 것은 어쩐지 두렵고, 무섭기까지 한 일이며, 생각하기조차 싫은 일이기만 합니다.
당신을 따라다니던 제자들 중 으뜸 제자인 베드로마저도 그러한 당신을 따르지 않으려 하며 세 번이나 "나는 그를 모른다" 라고 하지 않았나이까? 하지만 그는 당신께서 부활하시고, 승천하시고, 성령을 보내주신 후에 용감하게 당신께서 마시신 쓴 잔을 마시며 당신의 뒤를 따랐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주님! 저는 좀 빠지면 안되겠습니까? 꼭 그길로 가야만 합니까? 왜? 당신께서는 저를 사랑한다고 하시면서 좀더 쉽고 편한 길을 만들어 놓지 않으셨습니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저보다 훨씬 더 편하게 생을 즐기면서도 마음 편하게 살고 있고, 저는 그래도, 지금까지 당신을 섬기느라 시간도, 재산도, 힘도, 그들보다 더 많이 희생했는데.... 왜?..... 저를 마음 편하게 그냥 내버려 두지 않으십니까?..... 왜?..... 자꾸 십자가! 십자가! 하면서 고통을 받아 들이라고 요구하십니까? 그것을 깨닫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저를 참으로 사랑하신다는 주님! 알게 해 주십시오. 정말 알고 싶습니다.
당신께서는 게쎄마니 동산에서 세상의 모든 죄악을 보셨습니다. 그리고, 그 죄값을 치르기 위해 처절하리만큼 무서운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의 필요성을 느끼시고, 아버지의 뜻에 순명하시기로 작정하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도 지금 그렇게 하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하온데 주님! 저의 죄악을 들여다 보는 것은 정말 싫습니다. 받아들이고 인정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많은 이들은 착하게 살아 성인이 되었고, 또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이들이 저보다 더 나은 영성적 위치에서 저보다 더 거룩하게 살고 있는데, 그렇지 못한 저를 들여다 보고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주님! 왜 저를 성모님처럼 깨끗하게 만들어주시지 않으시고, 성인 성녀들처럼 주위 환경이나 조건을 마음에 들게 만들어주시지 않으셨나요? 그러니 제발 좀 가만히 내버려두십시오! 제발 그냥 이대로 지금까지의 위치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살도록 그냥 내버려두십시오. 주님!........
"나의 딸아! 나의 아들아!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네 사랑을 받고 싶어서 탄다. 난 누구를 더 사랑하거나 덜 사랑한 일이 없단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사랑을 베풀었고, 누구에게나 똑같은 바램으로 그와 함께 먹고 마시기 위해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고 열어줄 때를 기다린단다. 성인들이 너와 다른 이유는 내가 더 많이 주어서가 아니다. 그들은 너보다 먼저 나를 바로 알아보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며, 잘못이나 부족까지도 내게 열어 보여주며, 고쳐주기를... 채워주기를 바라며 자신을 송두리째 내게 맡기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빠르고,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십자가의 길로 기꺼이 나를 따라 왔단다. 그래서 마침내 그들은 깨끗해져서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를 뵈옵고, 아버지께서 베푸신 영원한 천상 잔치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란다. 나는 다만, 너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란다......"
주님, 옳습니다! 당신은 제게 산을 옮기라는 것도, 나라를 개혁하라는 것도, 남이 할 수 없는 어떤 큰 일을 하라고 요구하시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저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주고 그동안 쌓아올린 (아버지와 맞지 않는) 자아의 벽을 무너뜨려 당신이 만들어주신 아름답고 고귀한 본래의 저의 모습을 되찾아 당신을 바로 알아 당신 뜻에 따라 삶으로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라는 것 뿐인데....... 그것이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인데...... 그렇습니다. 제가 다른 그 어떤 것으로 제가 태어난 목적을 이룰 수 있겠나이까? 제가 당신 아닌 그 어떤 곳에서 영원히 살 목적으로 창조된 저를 채울 수 있겠나이까?
주님! 당신은 저를 사랑으로 만드셨고, 제가 영원한 생명을 얻어 누리기만을 바라고 계시는 분이신데, 정작 저는 지금껏 마땅히 선 자체이시고 빛이신 당신과 맞지 않는 모든 것을 가까이 하지 않고 살아야 하거늘... 체면이나 자존심, 체면을 더 중히 여기고 바리사이파 사람들처럼 겉을 꾸미려하며 제 안에 언제나 살아 계신 당신을 꼭꼭 감추며 살아 왔나이다.
주님! 저를 용서하소서! 저를 고쳐주소서! 당신과 하나되기에 합당하도록 저의 모든 더러움을 없애주소서! 주님! 저는 죄인이오니 제게 합당한 십자가를 지워주소서! 그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며 깨끗하게 하여주소서! 당신과 함께 못박히고 죽어 당신과 더불어 부활하여 밝은 날 빛 속에서 당신의 영광을 위해, 오롯이 당신의 영광만을 위해 "옳은 일"을 하게 하여 주소서! 겸손되이 당신의 발 앞에 엎드려 청하나이다.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시어 죄를 사하시고 당신께로 이끌어 들이소서!
당신은 저를 사랑하시니 가장 좋은 길(십자가의 길)로 친히 이끌어 주실 것임을 믿고 저의 모든 것 다 당신께 맡기나이다. 저는 당신 것이오니 당신 마음대로 하소서.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당신께서 주시는 그 어떤 것이라도 그건 사랑 때문이오니 기쁘게 받아들이며 당신의 뒤를 따르겠나이다.
아멘.
*** 이 묵상은 제가 십자가의 길을 걷고 있던 1980년도에 미사 전 15분간 묵상 자료로 이재현 요셉 신부님의 ’성시간’(경향잡지사.1961)을 참고로 하여 작성하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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