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영혼의 농사(농민주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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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상선 | 작성일2001-07-15 | 조회수1,588 | 추천수15 | 반대(0) 신고 |
농민주일인데 엄청 비가 쏟아졌다. 비 피해가 적어야 할텐데...
벌써 오래 전 일이지만 신학생 때 여름에 농촌체험을 나간 적이 있다. 전남 함평군 어느 시골 공소회장님 댁에 머물면서 논과 밭, 특히 양파 작업 등을 도운 적이 있었다.
나도 농촌 출신이지만 허약한(?) 몸 때문에 집에서도 거의 일을 안해 본지라 호기심과 즐거운 마음으로 체험에 임했었다. 무엇보다도 처음으로 가보는 전라도 땅에 대한 미지의 신선함을 기대하였었다. 그러나 나의 그런 기대와는 달리 체험은 나에게 여러가지로 힘들게 다가왔다.
전라도 음식이 유명하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았기에 덕분에 맛있는 음식도 맛보겠구나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식사다운 식사는 한번도 할수가 없었다. 바쁜 농사철에 시장나갈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반찬을 자매님이 장만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농촌에 시집오려는 아가씨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낭만적인 농촌을 왜 싫어할까 그 이유도 알만했다. 청소할 시간이 없어서 방이고 집이고 늘 버적버적 거리고 모기, 파리, 날파리 등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도 그 집을 치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논과 밭의 곡식과 작물들 때문에 아무리 귀한 손님도 손님 대접을 받을 수 없었고 집구석도 깨끗할 날이 없었다. 밥을 잘 차려 먹는 것도 사치일 뿐이었다.
이곳에서 크게 깨달은 점이 있다면 농사는 토양과 환경만 좋으면 저절로 되는 줄 알았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공소회장님 이하 모든 식구들은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세수도 하지 않고 가장 먼저하시는 일이 논, 밭에 나가보는 일이다. 이 놈들이 밤새 안녕한지 그게 가장 궁금하고 유일한 관심사일 뿐이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우리가 일어났을 때는 늘 아무도 없었다. 누구하나 아침 밥을 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알고보니 새벽부터 나가서 일을 하고 늦은 아침이 되어야 자매님이 들어오셔서 밥상을 챙기시는 것이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농사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관심과 애정이 그 비결이야!
이것이 내가 농촌 체험을 통해 깨달은 소중한 결실이었다.
오늘 농민 주일을 맞이하면서 그때 일을 다시 회상해 본다. 그러면서 우리 영혼의 농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농사에 빗대어 영혼의 농사를 잘 짓기 위한 비결을 한번 정리해본다.
1) 좋은 토양과 환경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는 땅이 기름져야 한다. 그리고 자연환경이 도와주어야만 한다. 그런데 기름진 땅이 되기 위해서는 토양관리를 잘 해야한다. 아무리 좋은 땅이라도 농사를 짓지 않고 2-3년만 내버려두면 황무지가 되어버리고, 아무리 척박한 땅도 거름과 퇴비를 충실히 해 나가면 몇년새에 좋은 땅이 된다. 따라서 우리 영혼의 땅도 늘 거름과 퇴비로 잘 가꾸어나가야 한다. 우리가 하는 미사와 기도, 말씀 묵상을 꾸준히 해야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좋은 토양을 가꾸기 위한 것이 아닐까?
2) 농사에 장애되는 요인 제거 농사를 잘 짓기 위해 다음의 작업들은 필수이다. - 전지 작업(가지치기 - 과일 등) - 병충해 방제(병든 부분을 잘라내든지 방제를 하든지 때에 맞추어 해 주어야) - 가뭄, 홍수, 우박 등 자연재해에 대비(물대기, 물고랑 등) - 솎아주기(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좋은 결실을 위해서는 솎아주기가 필수이다) - 김매기(이 작물이 잘 크기 위해서는 주변의 풀들을 잘 제거해주고 북을 돋우워야) 자, 그렇다면 영혼의 농사에 있어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영혼의 농사에 장애되는 요인들을 때를 놓치지 말고 제거해주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 화해의 성사가 필요하고, 애덕실천이 필요하고, 아프지만 잘라내어야할 부분이 많다. 내가 끊어버려야 할 세속적인 욕심이나 시기, 질투 등이 영혼의 성장을 방해한다.
3) 영혼의 농사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농꾼들처럼 눈만 뜨면 하느님과 영적인 사정을 생각 하는 일이다. 나의 최고의 관심사가 영적인 성장이 아니라면 나는 결코 좋은 영혼의 농사를 기대할 수 없다. 나의 최고의 관심사가 돈을 버는 일이나, 높은 자리에 올라 가는 일이나 화려하게 사는 것이라면 나는 절대로 영혼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눈만 뜨면 그분을 생각하고 영혼사정을 생각하는 것이 영혼의 농사의 최대 변수이다.
올해도 농민들에게 <풍년>을 기원하자. 그리고 우리 영혼의 농사도 <대풍>이 되길 빌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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