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아, 작음의 신비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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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상선 | 작성일2001-08-02 | 조회수2,050 | 추천수8 | 반대(0) 신고 |
아씨시를 가 본 사람은 천사들의 성 마리아(S.Maria degli angeli)라 불리는 성당을 기억할 것이고 그 안에 아주 조그마한 경당처럼 보이는 "뽀르찌운꿀라"(Portiuncula)를 잊지 못할 것이다. 20평 정도되는 중세의 작은 성당, 바로 이 성당이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작음의 정신을 펼친 요람이었다.
오늘은 바로 이 성당을 경축하는 축일이다. 프란치스코는 당시 가장 보잘것없고 초라한 이 성당을 분도회원들에게 얻어 작은 형제회의 정신적 모델로 삼았다. 또 이성당을 위해 교황님으로부터 전대사를 얻어내기도 하였다. 당시 전대사를 얻은 성당들은 모두가 대성당들이었는데 프란치스코는 가장 작은 성당을 전대사 성당으로 얻어낸 것이다.
이 작음의 정신이 바로 프란치스코를 있게 만들었고 교회와 사회를 쇄신시킨 힘이었다. 프란치스코의 이 작음에 대한 사랑은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그 하늘나라에 대한 사랑과 같은 것이었다. 하늘나라는 겨자씨와 같고 누룩과 같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프란치스코에게 있어서는 작은 것에 대한 사랑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특히 프란치스코는 성체 안에서 이 작음의 신비를 바라보게 되었다. 이는 후에 그의 작은 나무가지요 여성 제자 중 으뜸이라고 할 수 있는 성녀 클라라에게서는 <가난의 특전>이라는 형태로 드러나게 된다. 모두들 부를 얻기 위해 교황청에 특전과 관면을 요청하는데 클라라는 반대로 가난을 살 수 있는 특전과 관면을 요청한 것이다.
오늘 경축하는 이 뽀르치운꿀라 축일은 <작음>을 경축하는 축일이다. 작음이야 말로 하늘나라를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표이다.
작음은 때로 불편함이나 초라함이라는 부정적인 면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작음이야말로 하늘나라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길임을 깨달아 알기만 한다면 우리는 작은 것에 대한 애착을 버릴 수 없을 것이다. 큰 것에 대한 애착은 하늘나라와는 상관이 없고 우리의 욕심의 표현일 뿐이다.
오늘도 회관 수리공사를 시작하면서 이 작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돈을 많이 들여서 미끈하게 보란듯이 만드는 것은 하늘나라를 보여주지 못한다. 뽀르치운꿀라 성당처럼 그리고 산 다미아노 성당처럼 소박하면서도 초라한 그러한 성당같은 그런 공간이 나올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늘나라를 여는 공간작업을 시작해 보련다...
<늘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주장하는 나의 모토처럼 오늘도 작음의 의미를 여기저기서 찾아나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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