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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 인신매매범의 하루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1-08-07 조회수1,806 추천수14 반대(0) 신고

소년분류심사원에서 만났던 한 아이를 저희 집에 데려오기 위해 가정법원에서 재판순서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아이의 말대로라면 연고자가 전혀 없다고 했었는데, 아이의 외할아버지가 어떻게 외손주의 재판소식을 알고 오셔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큰 문제가 한가지 생겼습니다. 제가 아무리 제 신분을 밝히고, 아이를 데려가려는 의도를 잘 설명해도 외할아버지는 막무가내로 저를 의심하는 것이었습니다.

 

"너, 내 손주 데려가서 혹사시키고 돈벌려고 하지? 이 고얀 놈 같으니! 내가 너겉은 놈 여럿이 봤어!" "그게 아니에요 ! 할아버지!" "그게 아냐? 그게 아니면 왜 기를 쓰고 내 손주를 데려가겠다고 그래?"

 

이렇게 언성을 높이셔서 저는 졸지에 그 사람 많은데서 인신매매범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때 일이 떠오를 때마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 신뢰한다는 것이 참 힘든 세상이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세상이 하도 흉흉하다보니 사기꾼들도 많아지고, 서로를 속이고 이용해야 살아남는 세상이다 보니 일단 한번 의심해보는 풍조가 보편화된 듯 합니다.

 

이런 풍조는 예수님 시대 당시에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거짓 예언자들이 끊임없이 선량하고 무지한 백성들을 현혹시켰습니다. 종교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의 타락과 착취는 백성들을 불신과 의심, 불안의 상태로 몰고

갔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들은 예수님의 메시아성을 거부하는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고 맙니다.

   

믿는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어떤 면에서 그 누군가를 신뢰한다는 것, 특히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일생일대를 건 도박과도 같은 일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신앙에는 정확한 목표선택과 그 목표를 향한 철저한 투신이 필요한 것입니다.

  

강한 하느님 체험을 바탕으로 한 확고한 신앙, 그것은 우리 신앙생활의 가장 핵심적이고도 근본적인 조건입니다.

 

 

복음의 향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한 보잘것없는 이방인 여인의 신앙을 극구 칭찬하시고 자비와 구원을 베푸시는데, 그 가장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다름 아닌 주님을 향한 가나안 여인의 확고한 믿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자신의 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체면이나 자존심마저 완전히 버리는 극진한 모성애였습니다.

 

가나안 여인이 지니고 있었던 신앙은 우리가 본받을만한 가장 모범적인 신앙이었습니다. 그 여인은 무엇보다도 예수님의 능력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고, 그분이 이 세상의 구원자이심을 명료하게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믿음을 토대로 가나안 여인은 자기 삶의 모든 의미, 희망, 궁극적인 목표를 예수님께 두고 있었던 것입니다.

 

진정한 믿음은 오늘 가나안 여인처럼 하느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믿음, 행동으로 실천하는 믿음입니다.

 

참된 신앙생활이란 내가 아닌 하느님께서 주도권을 쥐고 계신 생활, 그래서 나는 그분 안에 더욱 작아져, 그분의 소박한 도구로 쓰이는데 만족하는 생활, 그분의 뜻에 전폭적으로 의지하는 생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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