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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죽어가면서도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1-08-09 조회수1,786 추천수14 반대(0) 신고

언젠가 가시고기의 생태를 다룬 다큐멘타리 프로그램을 KBS에서 방영한 적이 있었는데, 소설 "가시고기"에 이어 다시 한번 가시고기의 각별한 부성애가 널리 부각된 수작이었습니다.

 

소설을 읽을 때 받았던 그 감동 이상의 감동이 생생한 화면을 통해서 전해져 왔습니다. 이 프로 보는 내내 떨어질랑말랑하는 한방울 눈물을 참느라고 정말 고생했습니다.

 

"가시고기는 지구상의 어류 가운데 유일하게 둥지를 짓고 새끼를 키우는 몸길이 7-8 cm 가량의 민물고기입니다.

 

새끼 양육을 맡기고 떠나버린 암컷 대신에 수컷은 무한한 정성과 극진한 사랑으로 알과 치어들을 양육합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지느러미로 둥지 구석구석에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여 알을 부화시킵니다.

 

다른 물고기들로부터 알을 보호하기 위한 수컷의 노력을 눈물겹습니다. 다른 침입자들과 싸우다 주둥이는 다 헐어버리고, 몸집 이곳 저곳에 받은 상처로 인해 수컷은 서서히 기력을 잃어갑니다. 죽어가면서도 남은 힘을 다해 수컷은 알과 치어들을 보호하다가 마침내 둥지 앞에서 숨을 거둡니다.

 

갓 부화된 치어들은 죽은 수컷의 몸을 먹으며 성장합니다. 이렇게 수컷 가시고기는 새끼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칩니다. 자신의 생명뿐만 아니라 죽은 다음 자신의 몸까지도 말입니다"(이연숙, 「가시고기의 성체적 의미」참조).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수컷 가시고기가 자신의 생명뿐만 아니라 상처투성이뿐인 자신의 몸을 바쳐 수많은 새끼들을 살리듯이 예수님께서도 한 알 밀 알로 썩으셔서 인류 전체를 구원하셨습니다.

 

수컷 가시고기, 펠리칸, 성체, 예수님! 이 모두는 진정으로 희생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큰 아름다움인지를 똑똑히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아침의 묵상

 

1. 보살행(菩薩行)이란 보살된 자가 언제나 중생을 위하여 살고 중생을 위하여 희생한다는 것을 말한다. 중생이 병을 앓으면 보살도 함께 아프고, 중생이 옥에 갖힐 때는 보살도 함께 옥에 있으며, 중생이 지옥의 고초를 겪으면 보살도 중생과 더불어 지옥에 따라가 고초를 겪는 것이 이른바 보살행이다.

 

2. "예수 그리스도가 가르친 신은 분노의 신도 벌하는 신도 아니었다. 이는 어머니처럼 넘어진 자를 일으켜 안고, 그 눈물을 씻어주며 용서하고 뉘우칠 때마다 머리를 끄덕이는 사랑하는 신이었다.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의 근본 사상으로 불행한 자를 볼 때, 우는 자를 볼 때, 괴로워하는 자를 볼 때, 그의 눈은 눈물을 글썽거리고, 그의 손은 절로 펴져 그를 만지고 있다"

(엔도 슈사쿠, 침묵, 성바오로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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