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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내 자리"(24)
작성자박미라 쪽지 캡슐 작성일2001-08-17 조회수1,832 추천수6 반대(0) 신고

 마음의 껍질을 벗기기 위하여

오랫동안 안주하였던 자리를 떠나 새로운 출발을 해야만 합니다.

 

 분명하게 사형선고를 받았으니 저는 죄인입니다.

그러기에 고통을 피하는, 창피당하지 않으려는 그 어떤 마음도 가질 수 없으며

죄인으로써 고통당하며 살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 내게 결혼 성소가 있는지 알아보고 주님께서 허락하신다면 결혼을 하자!’

 하고 마음을 먹자마자 아주 좋은 기회가 왔습니다.

여덟살 때에 옆집에 살았던 언니(당시 고1)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와서 일 좀 도와 달라." 고.....

 

 그 언니에게 있어 일보다도 자기 시동생과 결혼시킬 목적으로 불렀는데

그 안에 어렵고 힘든 많은 요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결혼을 해야겠다’ 고 마음 먹었지만,

그 언니가 자기 시동생과 가까와지니까 오히려 좋아하지 않는 것을 보고(질투로)

’아! 내가 그렇게 하려고 마음 먹었지만

저 언니가 저러는 것을 보니 이건 하느님 뜻이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고

결혼 성소를 아주 쉽게 포기하였습니다.

 

 아마도 그 때 제가

결혼 성소가 얼마나 고귀하고

이 세상 그 어떤 성소보다도 더 거룩하고 값진 성소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수도자나 성직자가 되는 독신 성소도 거룩하고 소중하지만

진정 온 몸으로 자신을 내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결혼 성소라는 것을 제가 어떻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옛부터 우리나라는 결혼 성소를 너무나도 소중히 여겼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았던 나라였습니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는

그 옛날부터 하늘을 섬기는 경천사상을 가지고 있었고,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제천사상도 가지고 있었으며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처럼 10계명을 내려주시지 않았지만

그와 비슷한 법률을 이미 고조선부터 가지고 있었으며

일부일처제를 고수하고 부모를 지극 정성으로 봉양하며

하느님 앞으로 돌아가신 조상까지도 잊지 않고 제사를 지내는 나라였습니다.

 

 어머니가 딸을 시집보낼 때에

"벙어리 삼 년, 귀먹어리 삼 년, 장님 삼 년"을 당부하며

딸이 시집에서 못살고 돌아와도 "그 집 귀신이 되라"고 문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께서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 놓아서는 안 된다." 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제자들조차도 받아들일 수가 없어 반박하며

"남편과 아내의 관계가 그런 것이라면 차라리 결혼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우리나라도 너무나 많이 바뀌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 많이 깨였다’고 할 수 있겠지만

바로 말하면 ’짐승들의 짓거리들을 받아들여 본래 사람의 모습을 잃었다’ 고

말할 수 있겠지요.

 원래 우리나라 조상들의 삶의 모습 그대로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교육이 전혀 필요가 없습니다.

 

 이러한 말씀들이 필요한 이유는 사람이 태어나 어른이 되면 결혼하여

자기 배우자나 자녀들을 위해 목숨까지도 바쳐가며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어떤 어려움도 다 극복해가며

자기 가정을 지켜야 함이 마땅하거늘

그것을 너무나도 소홀히 여기며

조건이 맞지 않는다고.... 성격이 맞지 않는다고....

살림이 윤택하지 않다고.... 사랑을 느낄 수가 없다고....

더 좋은 사람이 생겼다고....  이런 저런 일로 너무나도 힘이 들다고....

자기 가정을... 남편을... 아내를... 자기 아이들을....

휴지나 쓰레기 버리듯이 쉽게 버리고 도망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한 알의 밀알이 땅 속에서 썩다 말고 밖으로 나온 상태이기에

껍질도 벗겨내지 못한채 썩다 말았기에 칙칙하고 흉한 모습으로

상처난 몸으로 살아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밀알이 땅 속에 들어 간 목적이 껍질을 썩혀 없애기 위해서인데

다만 썩기 싫어서.... 죽기 싫어서 자기 스스로 뛰쳐 나왔으니

나중에 불행해져도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아뭏든 저는 그런 좋은 몫을 택하지 못하고

 - 그 안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교만하여 자격이 없었기에...... -

다시 수도 성소 쪽으로 눈을 돌려

교만한 자신을 가장 낯출 수 있는 곳을 찾아가기로 마음 먹고

"사랑하올 주님! 제게 고통을 주십시오!

 제가 당신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저를 도와 줄 고해 사제를 만나게 하여 주십시오!

아울러 당신의 영광만을 위해 일 할 수 있는 일도 제게 주십시오!" 하고

54일 9일 기도를 바치기 시작하였는데,

제 안에 하느님을 거스르는 온갖 욕심과 애착심 교만심을 쳐서 없앨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주님께서 허락해 주셨습니다.

그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허락하시는 말씀을 들었을 때

저는 너무나 기뻐서 성당으로 달려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주님은 저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누워 놀게 하시고

     물가로 이끌어 쉬게 하시니

     지쳤던 몸에 생기가 넘칩니다.

     그 이름 목자이시니

     인도하시는 길, 언제나 곧은 길이요,

     저 비록 음산한 죽음의 골짜기를 지날지라도

     제 곁에 주님 계시오니 무서울 것 없어라.

     막대기와 지팡이로 인도하시니

     걱정할 것 없어라."              시편 23, 1-4

 

       

 드디어 2주 후인 1977년 3월 5일! 54일 9일기도가 끝나는 날!

"내 자리"를 찾아 세상 모든 것 다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십자가를 지고가신 예수 그리스도님을 따라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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