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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헤로데가 뭘 잘못했나?
작성자오상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1-08-29 조회수1,557 추천수15 반대(0) 신고

사람은 각기 자기 방식대로 사랑하며 살아간다.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그 사랑은 고귀한 사랑일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란 노래처럼

참사랑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사랑 때문에 아파하고 괴로워하고

때론 실망과 좌절을 겪기도 한다.

 

또 나는 사랑하는데

왜 그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는가에 대해 의아해 하며

울분을 터트리기도 한다.

 

오늘 복음의 헤로데를 순수한 인간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그리 나쁜 놈(?)은 아니다.

 

나름대로 진리를 두려워할 줄도 알아

세례자 요한의 따가운 질책도

버거워하면서도 받아들일 정도로

진리에 대한 일말의 애정은 갖고 있었다.

남들 하는 만큼은 했다는 말이다.

어디 권력자들치고 남의 충고를 잘 듣는 사람이 있던가?

우리 역대 대통령들보다는 낫지 않은가 말이다.

 

그뿐만 아니다.

헤로데는

자신의 둘째 마누라 헤로디아와

딸 살로메를 사랑했다.

특히 딸에 대한 애정은 대단했다.

그 딸을 위해서라면

<왕국의 반이라도 내어 줄> 정도였다.

그 어떤 부모 못지 않게 딸을 사랑하였을 뿐이다.

 

그런데 왜 헤로데가 나쁜 놈이란 말인가?

요한만 잘낫고

헤로데는 못난 놈이란 말인가?

 

나도

남의 쓴 충고를 헤로데만큼도 잘 못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나도

헤로데처럼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해 주려는 그 정도의 자식에 대한 애정도 갖고 있지

못하지 않은가 말이다.

사제로 살아가면서도

남의 충고를 듣기보다는 충고하기만 급급하고

정말 나의 모든 것을 내어놓고

주님과 형제자매들을 사랑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지키기에 급급하지 않은가 말이다.

 

헤로데는 나보다 훨씬 나아보인다.

나보다도 더 사랑의 사람인 것같다.

 

그런데 왜 문제란 말인가?

 

헤로데가 사랑의 실패자로 낙인 찍힌 이유는

아마도

가족애와 진리애 사이에서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때문이 아닐까?

요한의 충고를 받아들일 정도로 진리애를 갖고는 있었지만

딸에 대한 애정과

남들에 대한 위신과 체면 때문에

요한의 목을 벨 수 밖에 없었다면...

 

그러면서도 스스로 위안을 삼았으리라...

자식에 대한 사랑 때문에

또 공인으로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언표한 것에

충실키 위해 어쩔 수 없었기에

하느님도 이해하시리라고...

 

우리 또한

복음의 진리에 대한 사랑보다는

어설픈 가족애와 형제애를 앞세워

이렇게 헤로데처럼 스스로 위안받으며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사랑의 실패자가 된다는 것은

바로 진정한 의미에서 진리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것일게다.

 

지 자식 사랑하는 정도는

그 어떤 동물도 하지 않는가?

그것으로 사랑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한

우리는 헤로데처럼 사랑의 실패자가 되고 만다.

 

때론

자식의 요구를 메몰차게 거절하는 것이

참으로 사랑하기 위해 필요할 것이다.

때론

아내의 요구를 메몰차게 거절하는 것이

참으로 사랑하기 위해 필요할 것이다.

때론

형제의 요구를 메몰차게 거절하는 것이

참으로 사랑하기 위해 필요할 것이다.

 

그 요구가 진리(복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면...

고통은

잠깐이지만

영광은 영원하리라.

 

짧은 거짓 사랑의 성공자가 되기위해

영원한 사랑의 실패자가 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겠다.

나보다도 나아보이는 헤로데처럼 말이다.

 

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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