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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과 미움
작성자제병영 쪽지 캡슐 작성일2001-09-02 조회수2,147 추천수16 반대(0) 신고

사랑과 미움

 

당신은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미워한 적이 있는가! 만약 이 두 가지 감정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당신은 존재론적 의미의 인간이다. 사랑과 미움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감정이며 살맛도 죽을 맛도 경험하게 되면 한층 깊어진 삶의 무게를 감당할 만한 힘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살면서 경험하게 되는 상반된 개념의 두 감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우선 사랑이든 미움이든 감정이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감정이란 내 마음자리가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달라 지기 때문이다. 또한 사랑은 정신 집중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느껴지는 순간에 우리는 그 사람에게 정신을 집중한다. 모든 것을 느끼고 살피며 희로애락이 그 사람으로 인하여 온다. 그리고 강렬한 소유욕을 느끼게 된다.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내 것으로 하고 싶은 욕구는 원초적이며 본능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본능이란 그리 쉽게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채워지지 않는 소유욕은 미움이란 징검다리를 놓게 되는데 우리는 너무나 쉽게 이 징검다리를 건넌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는 사랑에서 미움으로 건너가는 그 시점에서 본격적인 사랑을 할 수 있는 중요한 변화가 온다. 사랑이란 내 것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사랑으로 하여 상대방이 변화되고 발전하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날마다 새롭게 변화되고 발전하는 상대방은 더 큰 사랑으로 돌려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상대방에게 감정이 아니라 존재로서의 사랑을 시작하게 되고 이렇게 성서의 말씀은 이루어 진다. "사랑은 더 큰 사랑을 낳습니다"

사랑이란 준비 없는 이별이다. 언젠가 떠날 것이라고 믿으며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랑이 감정이라면 언젠가는 지나가게 될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를 떠나 보내라. 그가 돌아 온다면 그는 처음부터 당신 사람이었고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는 당신 사람이 아니었다.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랑은 서로를 발전하게 하고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사랑을 하게 한다. 사랑이란 놓아 보냄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고 집착하게 되면 우리는 미움의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과 미움은 뿌리가 같다고 하는 모양이다. 태양이 있는 쪽으로 나뭇가지는 뻗어가게 마련이다. 사랑이란 태양이 비추는 한 우리들의 마음가지는 그 쪽으로 자라기 마련이지만 그 태양이 내가 아닌 다른 나무를 비추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우리는 당연히 원망을 하게 되고 미움을 품게 된다.

한 뿌리에서 나온 가지가 제 각각의 방향으로 뻗는 것은 태양의 방향으로 결정이 된다.

따라서 우리는 태양이 어느 쪽으로 뜨는지를 가늠하고 그 쪽으로 방향전환을 하는 노력과 지혜가 필요하지만 우리는 감정에 치우쳐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태양을 몰고 가려고 하는 우를 범한다. 그러나 사랑이란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것을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권리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자신을 맞추는 의무요 책임이다.

권리만 주장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사람들이 많은 까닭에 사랑이란 아름다운 책임이요 의무라는 말이 더할 수 없는 무게를 실어주는 요즘이다.

당신의 사랑은 지금 어디쯤에 있는지 한번 물어보자. 미움이라는 징검다리를 건너지는 않았는지를 말이다.

제 병영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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