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가장 좋은 추석 선물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1-10-04 조회수2,531 추천수17 반대(0) 신고

명절이 다가오면 저희 같은 홀아비들도 명절 분위기 좀 내라고 따뜻한 마음을 보내시는 고마운 분들이 계십니다. 그럴 때마다 경리 수사님은 누가 무엇을 보냈는지 식당 흰 보드판에 적어, 감사의 마음을 가질 것을 은근히 강요하십니다. 예를 들면, 김××-오징어 2마리, ××××수녀원-포도 1Box, ××기업-밤 1되, 등등...

 

작년 추석 때의 일이었습니다. 그 때도 흰 보드판에는 선물의 목록과 보내온 사람 이름이 쭉 적혀있었데, 선물 중에 아주 특별한 선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박××-명태 2마리 밑에는 이런 선물이 적혀 있었습니다. 보낸 사람: ××가정법원 ×××판사, 선물 내용: 김××(15세), 이××(17세). 판사님께서는 마땅히 갈곳 없는 두 아이에게 저희 집으로 위탁처분 판결을 내리셨던 것입니다.

 

그 선물을 보고 저희는 너무도 기뻤습니다. 그 선물은 선물중의 선물이었습니다. 그 선물은 추석 선물 중에 가장 소중한 선물이자 가장 가치 있는 선물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사는 저희 집에는 가끔씩 법원으로부터, 또는 친척들로부터, 파출소로부터 "갈곳 없는 아이를 받아줄 수 없겠냐?"는 SOS 신호가 옵니다. 그럴 때 거절하지 말고 가능하면 받아들이자고 저희 식구들은 의견을 모았습니다. "더 이상 갈 곳 없는 아이를 우리마저 거절하면 그 아이는 어디로 가겠는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관대한 수용" 그것은 덕행 중의 덕행입니다. 사실 외향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도직 활동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때로 "나 자신과 이웃의 비참함과 부족함을 기꺼이 수용"하는 일이 하느님 앞에 더욱 소중하리라 믿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관대한 수용"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씀하고 계십니다.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하느님 아버지를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마찬가지 논리가 오늘날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우리가 몸 뉘일 한 평 공간마저 차지하지 못해 온몸으로 매서운 추위와 싸우는 한 행려자를 받아들일 때, 우리는 하느님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우리가 부모나 악덕 기업주의 상습적인 구타로 시퍼렇게 멍이 든 한 아이의 피난처가 되어 줄 때, 우리는 하느님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수용력은 탁월한 것이었습니다. 당대 사람들이 만나기만 하면 "재수 없다"며 멀찍이 돌아가던 창녀나 세리, 나병환자들을 모두 친구로 받아들이셨습니다. 시시각각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의 순간, 모두가 떠나버린 고독과 고통의 순간, 극한 치욕감과 모멸감만 동행하는 십자가 길의 그 열악한 상황도 다 수용하셨습니다.

 

예수님은 그 누구도 제외시키지 않으셨습니다. 스쳐지나간 모든 사람들을 눈여겨보시고 소중히 여기시고 구원의 대상에서 제외시키지 않으셨습니다. 한번 맺은 인연을 끝까지 선택하시고 포기하지 않으시고 기꺼이 받아들이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처세술이었습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