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감회가 새롭다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1-10-21 조회수1,787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 28주일 전교주일 복음(마태 28, 16-20)

 

작년 10월 25일 전교주일에 처음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암이라는 선언을 받고도 의사들의 파업으로 몇 달이나 방치된 상태로 지내던 초조하고 참담한 심정의 나날들 속에서 우연히 들여다 본 새로운 세상이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모니터 안에서 펼쳐지는 On-line의 세계에서의 자기표출이었다.

 

"아마츄어가 만난 성서의 하느님"이라는 제목을 달아 매일의 복음을 묵상하는 것이 유일한 탈출구였고 무력함과 싸우는 투쟁이었다.  더불어 그동안 어미의 삶을 지탱하고 이끌어온 것이 무엇이었나를 자식에게 남겨주고 싶었던 개인적인 소망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이러한 절박한 글들이 모여 어느덧 백여개가 넘었다.  이제 그동안의 글들을 책으로 엮어보자는 제의까지 들어오고 있으니 참으로 감개가 무량하고 감사한 일이다.

 

못난 글에도 힘을 받고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가 조금 더 알게 되었다는 편지를 받을 때마다 오히려 내 자신이 격려를 받고 용기를 찾았다. 소외감과 좌절감에 빠져 있을 때마다 그런 편지를 보내주신 분들이 있어 다시 웅덩이에서 빠져나오곤 했었다.  살아가는 존재의 의미와 보람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신 분들에게 이 기회에 감사를 드린다.

 

누가 알았으랴? 아무 것도 못하고 집안에 틀여 박혔어도 또 다른 세상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주님의 말씀을 전하게 되리라고.... 말씀봉사를 하면서 한 반에 최고 160명의 신자들을 이끌어보았던 것이 고작이다.  그런데 인터넷 세상은 동시에 여러 사이트에서 복음을 전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다가, 글을 복사하여 성당 청년 카페에 옮겨다 놓는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런 식의 파급효과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였다. 더구나 낮 시간, 성서 반에 올 수 있는 주부들이 아니라 대부분 청년들과 남자들이 네티즌이라는 사실에도 새로운 의미가 있다.

 

교사를 하며 느꼈던 것이지만, 주일학교 교사들이 성서와 교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어서 청소년들을 이끌기에 어려움을 느끼며 동시에 자신도 자신감을 잃어 교사생활을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었다.  이런 현실에서 청소년과 주일학교 교사들이 자신들이 편한 시간에 인터넷을 통해 부담되지 않게 성서를 공부하고 묵상하는 시간이 된다면 그보다 더한 보람이 어디 있으랴? 미래의 교회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을 지도할 청년들과 교사들에 대한 이러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개발되기를 빈다.  

 

이처럼 ’내가 만난 성서의 하느님’은 참으로 성서 밖의 나의 삶을 이끌어오신 ’살아 계신’ 하느님이며 나를 사랑하시고 보살피시고 생각지도 못한 은총을 늘 베풀어주시는 분이시다. 또한 내가 만난 하느님은 나의 결점과 죄악을 성서 안에서 우회적으로 가르쳐주심으로써 나를 언제나 채찍질해주신다.  나의 모든 것을 꿰뚫으시고 나의 죄악마저도 받아 안으시는 그분은 그렇게 밀접하게 내 생활에 관여하시면서도 자신을 숨기시며, 책망하면서도 민망해하지 않도록 배려하시는 세심한 분이시다. 그래서 가끔 그분을 잊어버리고 나를 주장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분의 ’느슨한 사랑’이 참말로 고맙고 고맙다.

 

보잘것없는 능력을 받아 주셔서 당신의 권능으로 백 배로 불려 쓰시는 그분의 능력을 믿고 나를 살리고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이 좋은 평신도 사도직분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나의 "세상 끝 날까지".....

 

ps. 저는 저희 교구 홈페이지 말씀묵상을 일년째 올리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요즘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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