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지금 죽는다는 것
작성자이춘섭 쪽지 캡슐 작성일2001-11-02 조회수2,493 추천수14 반대(0) 신고

위령의 날

 

"지금 죽으면 영원히 죽지 않는다"라는 글귀를 어느 책에서 읽은 것이 기억이 난다.

 

참으로 의미 있는 말이라 여겨진다.

 

지금 죽는다는 것, 아마도 고통을 체험해 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고통, 실연의 아픔을 체험해 본 사람이 느끼는 실연의 상처, 뭐 그런 것이 아닐까? 아마도 어쩌면 자기가 죽어 보지 않고는 결코 체험될 수 없는 그런 죽음일수도 있겠다?

 

저희 수도원에는 좋은 전통이 하나 있는데

"착한 죽음 연습"이란 것이 그것이다.

형식은 매월, 자신의 책상과 방들을 정리하고, 자신에게 필요 없는 것들은 버리며, 필요하다면 책상이나 방을 다른 형제와 바꾸는 것이다. 외적은 형식은 대충 이렇고, 내적인 의미는 자신의 삶을 매일 되돌아 보는 것, 하느님과의 관계를 성찰해 보는 것, 그리고 이웃과 형제간의 관계를 살펴보며 언제 찾아 올 지 모를 자신의 죽음을 미리 준비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살아 있는 인간이 지금 죽어 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살아가면서 자신의 삶 안에 언젠가는 기필코 찾아올 죽음을 조금씩 준비한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

 

저는 자신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매일 밤 뜀박질을 한다. 뭔가 잘 살아 보겠다고 용을 쓰고 있다. 오늘밤도 야깅을 하고 성당을 통해 내 방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그 어둔 밤, 야심한 밤에 조용히 성당 안에서 조배를 하는 형제가 있었다. 참으로 고요했고, 경건해 보였다.

 

아마 모르긴 해도 그 형제는 영원한 삶을 위한 죽음연습을 하는 것이리라.

지금 죽는다는 것, 어쩌면 그 조용한 밤에 주님과 함께 하는 그 형제의 모습이 지금 죽는자의 모습이 아닐까?

 

"지금 죽으면 영원히 죽지 않는다."라는 글귀를 묵상하며 위령의 날을 겸허히 지내보리라.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