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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숏다리 자캐오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1-11-03 조회수2,037 추천수13 반대(0) 신고

끊임없이 들려오는 예수님에 대한 풍문은 자캐오의 마음 안에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는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언제 기회가 오면 꼭 그를 한번 봐야될텐데..."하고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캐오는 그분이 예리고를 지나가신다는 소식을 전해듣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그분이 지나가게 될 큰길로 달려갔습니다.

 

큰 물결과도 같은 사람들의 이끌림에 자기도 모르게 큰길에 도착한 자캐오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이 지나가게 될 길목 마다에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있었습니다. 아무리 그 벽을 뚫어보려고 노력했으나 도저히 불가능했습니다.

 

더구나 자캐오를 더욱 서글프게 만든 일이 한 가지 있었는데, 그것은 자캐오가 지독한 숏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난장이는 아니었지만 보통사람들보다 현저히 키가 작았던 자캐오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음을 알고 큰 실망감에 젖어듭니다.

 

그러나 목표에 대한 집착이나 성취욕구가 유난히 강했던 자캐오는 순순히 물러날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이 처한 현재의 상황을 세밀하게 분석한 자캐오는 차선책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즉시 실행에 옮깁니다.

 

예수님이 지나가게 될 큰길가에는 오래된 돌무화과나무가 서 있었는데, 자캐오는 그 나무 위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다른 사람의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조용히 숨을 죽이고 예수님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립니다. 흥미 반 호기심 반,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자캐오는 나뭇가지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예수님께서 저 멀리서부터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이윽고 자캐오가 올라와 있는 돌무화과나무 근처를 지나가십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예수님께서는 걸음을 멈추시고 돌무화과 나무 가지 사이에 숨어있는 자캐오 앞으로 다가오십니다.

 

그 순간 자캐오는 너무도 당황했습니다. "왜 이분이 내 앞에서 걸음을 멈추시는 거지? 혹시라도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왕창피당하는 것은 아닐까? 혹시 그간의 내 나쁜 행실을 알고 계신 이분께서 나를 혼내려는 것은 아닌가? 그것도 나무 위에서...만일 그렇다면 얼마나 큰 망신인가?"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부드러운 음성으로 자캐오에게 말을 건네십니다. "자캐오야! 어서 내려오너라! 오늘 내가 네 집에서 머물겠노라"하고 말입니다.

 

전혀 뜻밖의 상황 앞에 자캐오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지만 한편으로 너무나 기뻤습니다. 재빨리 나무 밑으로 내려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합니다. 그뿐 아니라 예수님의 초대에 너무나도 기뻤던 자캐오는 예수님 앞에 새생활을 약속드립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처럼 자비로우신 분이십니다. 그 크신 분이 누추한 우리들의 집을 찾아오십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집에 머물겠노라고 말씀하십니다.

 

자캐오처럼 창피하고 미안하고 두려운 나머지 멀찍이서 머뭇거리는 우리들을 향해 오늘도 주님께서는 우리들의 이름을 부르십니다. 그리고 우리 인생 여정 안에 머무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이런 하느님의 은혜롭고 관대한 초대 앞에 우리 우리 역시 자캐오처럼 새삶을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과분한 초대와 용서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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