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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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떠한 폭격에도 파괴되지 않는 성전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1-11-17 조회수1,789 추천수8 반대(0) 신고

운이 좋게도 평소에 그렇게 가보고 싶었던 떼제 공동체에 잠시 들른 적이 있었습니다. 프랑스 동부 클뤼니 지방의 한 언덕 위에 위치한 이 공동체는 참으로 특별한 공동체였습니다. 그곳을 방문하면서 유럽교회가 결코 노화되어 가는 교회만이 아님을 실감했습니다. 떼제 공동체에는 수많은 유럽 젊은이들이 매주 운영되는 기도여정에 참석하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젊은이들의 진지한 얼굴을 통해서 그들이 진정으로 하느님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떼제 공동체는 오늘날 종교인들 사이에서 하나의 연구대상입니다. 일선 본당에는 젊은이들을 찾아보기가 가뭄에 콩 나듯 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떼제 공동체는 유럽은 물론 전 세계로부터 순례를 오는 수많은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찾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신선한 감동을 체험하고 다시금 힘을 얻고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떼제 공동체가 젊은이들에게 매력을 주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무엇보다도 떼제 공동체는 열려있는 공동체, 다시 말해서 순례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떼제 공동체의 로제 수사는 생성 초기부터 전쟁의 희생자들을 기꺼이 맞아들였습니다.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피난민들, 특히 나찌 독일의 점령지를 피해온 유대인들을 숨겨 주었고 전쟁이 끝난 다음에는 독일군 포로들을 맞이했습니다. 또한 .그리스도인들간의 일치를 모색해오다가 1960년에는 가톨릭 주교들과 프로테스탄트 목사들을 한자리에 초대하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떼제 공동체는 다양한 기도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세상의 모든 젊은이들을 자신들의 공동체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지친 젊은이들, 강렬한 내적인 열정을 그 어느 곳에서도 충족시키지 못해 열병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을 초대하여 그들에게 위로의 장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곳 공동체 역시 다들 부족한 인간들로 구성되고, 부족한 젊은이들이 찾는 곳이기에 나름대로의 많은 문제점들도 안고 있겠지요. 그러나 떼제에서 이루어지는 기도모임이나 여러 형태의 친교는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머무른 기간은 잠시였지만 그곳은 분명 떼제 수사님들의 열린 마음과 젊은이들의 순수한 열정이 어우러진 참된 교회라는 것을 깊이 느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자존심이자 유다 신앙의 본산인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를 예언하고 계십니다. 예수님의 이러한 성전 파괴에 관한 발언은 유다 지도층의 즉각적인 반발을 사게 되어 십자가형의 근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됩니다. 이런 목숨을 건 예수님의 성전파괴에 대한 예언의 배경에는 "성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요청하시는 예수님의 간절한 마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진정한 성전이란 어떤 성전입니까?

 

진정한 성전은 화강암과 대리석으로 견고하게 지은 하늘을 찌를 듯한 대성전이 결코 아닙니다. 진정한 성전은 대성당, 소성당은 물론이고 다양한 목적을 지닌 수많은 회합실과 부속실이 완벽히 갖추어진 실용적인 공간도 결코 아닙니다. 진정한 성전은 세례 받은 가톨릭 신자들만이 옹기종기 함께 모여, 성대한 미사를 봉헌하고, 우리끼리만 성찬을 나누고, 우리끼리만 나눔과 친교를 추구하는 폐쇄된 공간이 결코 아닙니다.

 

진정한 성전은 무엇보다도 세월이 흘러도 무너지지 않는 성전,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성전인 "순례하는 하느님의 백성" 바로 그것입니다. 그 성전은 이웃의 아픔에 마음깊이 연대하는 공동체입니다. 그 성전은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이웃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열려있는 공동체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수님의 복음이 실현되는 공동체, 부족하지만 소박한 영혼들이 자신들의 부족함을 서로 뉘우치고 늘 새 출발을 다짐하는 공동체야말로 참된 성전입니다.

 

오랜 교회 역사를 되돌아보면 여러 순간 교회는 크게 파괴되는 아픔을 겪어왔습니다. 그 파괴의 순간은 다름이 아니라 교회가 한 곳에 머무르는 순간(예수님 시대, 유다 성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은 재물이나 권력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순간(중세 교회)이었습니다.

 

반대로 교회가 가장 교회다웠던 순간은 교회가 자신의 고향을 떠나가던 순간(아브라함, 모세, 사막횡단시기)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은 아쉽지만 세상을 떠나 복음에 충실하던 순간(초대교회)이었으며, 다시 한번 쇄신을 추구하던 순간(제2차바티칸공의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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