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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이 칼자루를 쥐고 계신 인생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1-11-18 조회수2,237 추천수16 반대(0) 신고

11월 19일 월요일-루가 18, 35-43절

 

"자, 눈을 떠라.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하느님이 칼자루를 쥐고 계신 인생>

 

언젠가 한 시각 장애인의 도우미 역할을 해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과 함께 산을 오르다 그분이 그간 겪어온 참담한 세월에 대해서 듣게 되었습니다.

 

선천적 시각장애자였던 그분의 불편은 제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더우기 장애자들에 대한 배려가 몹시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그분이 일상적으로 겪는 죄절감은 참으로 큰 것이었습니다.

 

그분은 우리가 바라볼 때 마다 그토록 감동을 느끼는 찬란한 저녁노을이나 눈 내리는 풍경을 단지 설명을 통해서만 듣습니다. 대상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그분은 시각 외에 다른 모든 감각들을 다 총동원해야만 합니다. 후각이나 미각, 촉각 등을 총동원해야 겨우 어떤 실체에 대해 대충 짐작을 하는 것입니다.

 

그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시각을 상실한다는 것은 단순히 한가지 기능만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상당한 부분을 상실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오랜 불편과 서러움, 고통과 좌절의 삶을 살아가던 예리고의 소경에게 있어서 잃었던 시각의 회복은 단순한 한가지 기능의 회복이 아니라 삶 전체의 회복이었습니다. 예리고의 소경에 대한 예수님의 치유행위는 단순한 치료행위를 뛰어 넘어 한 인간을 살리는 구원행위였습니다. 한 인간을 오랜 억압과 좌절에서 풀어주는 해방의 행위였습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늘 부담스러워하는 불편과 고통, 죄와 죽음의 사슬에서 자유롭게 하시는 해방의 하느님이십니다.

 

 

무엇보다도 오늘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예수님을 향한 소경의 절대적인 믿음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꾸짖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리고의 소경은 큰 소리로 외칩니다.

 

"다윗의 자손이신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예리고의 소경이 지녔었던 신앙은 참으로 우리가 본받을만한 신앙입니다. 그는 무엇보다도 예수님의 능력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고, 그분이 이 세상의 구원자이심을 명료하게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믿음을 토대로 예리고의 소경은 자기 삶의 모든 의미, 희망, 궁극적인 목표를 예수님께 두고 있었던 것입니다.

 

진정한 믿음은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예리고의 소경처럼 강렬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한 믿음은 하느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믿음입니다.

 

참된 신앙생활이란 내가 아닌 하느님께서 주도권을 쥐고 계신 생활, 그래서 나는 그분 안에 더욱 작아지는 생활, 그분의 소박한 도구로 쓰이는데 만족하는 생활, 그분의 뜻에 전폭적으로 의지하는 생활입니다.

 

전적인 신뢰를 기반으로 한 간절한 기도는 하늘에 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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