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당신들은 하느님과 가깝잖아요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1-12-04 조회수2,094 추천수9 반대(0) 신고

IMF가 한창이던 1998년 봄. 부천에 사신다는 할머니 한 분이 성공회 한 본당에 전화를 거셨습니다. 64세인 할머니는 네 살 많은 할아버지와 함께 90살 고령의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계셨습니다. 세 식구의 생계는 할아버지가 나가시는 구청 취로사업 일에 의존해 어렵지만 그럭저럭 유지됐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닥친 IMF는 할아버지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고 이로써 식구들은 하루한끼조차 잇기 어려운 처지가 된 것이었습니다.

    

그러기를 석 달, 한동안은 인근 교회에서 받아온 쌀로 죽이라도 쑤어 먹을 수 있었는데 그마저 떨어져 살길이 막막해진 것이었습니다. 건강하시던 노모의 건강도 눈에 띄게 나빠졌습니다. 아들내외의 어려움을 알고 내색한번 안 하시는 구순 노모를 뵐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는 할머니는 끝내 울먹이며 이런 부탁을 남기셨습니다. "이럴 수 있는 겁니까? 이럴 바엔 차라리 돌아가시는 게 낫지요. 제발 그렇게 해달라고 기도해 주세요! 당신들은 하느님과 가깝잖아요. 그래서 전화 한 겁니다." 할머니의 애절한 전화 한 통은 오늘날 성공회 푸드뱅크를 탄생시킨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푸드뱅크(FOOD BANK)란 식품의 생산, 유통, 판매, 소비단계에서 발생하는 잉여먹거리들을 기탁자들로부터 제공받아 이를 필요로 하는 복지시설이나 개인에게 무상으로 제공함으로써 결식계층을 돕고, 먹거리 자원의 사회적 활용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전문 사회 운동기관입니다.

 

한국에서 최초로 푸드뱅크를 사업을 시작한 성공회는 서울 중구 정동에 사무국을 설치하고, 서울을 4개의 권역으로 나누어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98년 10월에는 대전, 천안, 온양 푸드뱅크를 설립하였습니다. 성공회 푸드뱅크에서는 무료급식소, 도시락배달, 반찬나누기등 현장먹거리 사업을 운영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먹거리나누기운동을 홍보하고 공급처나 후원자들을 발굴하는 노력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한국 성공회가 교세 면에서 가톨릭보다 많이 미약하지만, 그들이 한국 사회 안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을 위해 기울이는 열정과 노력은 항상 가톨릭 교회보다 한 발 앞서간다는 것을 느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시는 기적을 행하십니다. 사흘씩이나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고파하는 백성들의 모습에 예수님은 크나큰 연민의 정을 느끼십니다. 그리고 빵과 물고기를 많게 하는 기적을 베푸십니다. 당신 백성의 간절한 필요성을 결코 외면하지 않으시는 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빵을 많게 하는 기적은 이제 예수님의 손으로부터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손으로 넘어왔습니다. 이제 우리가 그 기적을 계속해나가야 합니다. 성공회 푸드뱅크 사업과도 같은 나눔과 헌신을 통해서 말입니다.

 

성공회 푸드뱅크 사업의 초석을 놓았던 송경용 신부는 푸드뱅크 사업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꽃처럼 나무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하고  정신 없이 달려만 가는 인생에 한 그루 그루터기 같은, 맑은 샘 같은 사람들이 있어 안식을 취하게 하고 목을 축여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아름다운 사람들, 밥을 나누는 사람들입니다.

 

어느 시인은 말했습니다.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을 혼자 못가지듯이 밥은 서로서로 나누어 먹는 것...> 그 하늘을 나누는 사람들, 정말 꽃보다 귀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도시락을 만들고 그 위에 예쁜 카드로 사랑을 전하는 사람들, 새벽부터 양재동, 가락동, 창동을 돌아다니고 정육점, 음식점, 제과점을 돌아다니는 사람들, 음식을 정성스럽게 씻고 포장하고 갈무리하여 따뜻한 말과 미소로 나누는 사람들,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성을 보내주는 많은 분들, 복되고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성공회 푸드뱅크 참조 www.sfb.or.kr)."

 

교파를 초월한 동참이 가능합니다.

성공회 푸드뱅크에서 실시하는 결식아동, 독거노인, 실직노숙자, 장애인, 저소득가정 등을 위한 먹거리후원에는 교파를 초월한 동참이 가능합니다.

가공식품: 통조림, 햄류, 빵류, 탕류, 장류, 조미료 등

농수축산물: 채소, 과일, 곡물, 양념, 생선, 고기 등

조리음식: 패스트푸드, 반찬류, 기타 요리 등 섭취 가능한 모든 음식

전화: (02)736-5233

Fax: (02)723-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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