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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듣는 마음'을 주소서!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1-12-18 조회수1,663 추천수15 반대(0) 신고

대림 제3주간 화요일 말씀(예레 23,5-8; 마태 1,18-24)

 

부계(父系)로 이어져 오던 족보는 요셉에게서 끊어지고, 예수는 마리아에게서 나셨다고 함으로써 사실상 그 맥이 단절되었다. 그 까닭을 오늘 복음이 설명한다.

 

요셉과 마리아는 정혼한 사이로 이미 법적인 부부였다. 그러나 정혼을 하고도 혼인식을 치르기까지 일년 동안 동거하지 않는 것이 이스라엘 풍습이다. 그러니 이 기간에 약혼녀가 아이를 잉태하였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그럼에도 요셉은 남몰래 일을 처리하기로 마음먹을 만큼 진중한 사람이었다.  

 

이 무렵 요셉은 꿈속에서 엄청난 천사의 전언을 듣는다. 마리아의 태중의 아기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아기의 이름과 사명을 듣게 된 것이다. 꿈에서 깬 요셉은 아기를 아들로 받아들임으로써 끊어진 족보의 맥을 이어 독서의 말씀처럼 그리스도가 다윗의 후손으로 올 수 있도록 예비함과 동시에 사회적으로도 합법적인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마련한다. 뿐만 아니라 헤로데의 살해 위험에서 예수를 구출해주고, 나자렛으로 돌아와 성년이 될 때까지 지켜주고 보호해주었던 것도 역시 꿈속에서 천사의 말을 듣고 그대로 행한 것이다.

 

말하기보다는 듣는 요셉, 생각하는 요셉, 묵묵히 행동하는 요셉, 꿈꾸는 요셉의 모습은 창세기의 성조 요셉과 너무나 흡사하다. 성조 요셉도 어떠한 절망의 상태에 처해있을지라도 늘 ’하느님께서 함께 하심’을 꿋꿋이 믿고 기다릴 줄 알았던 침묵의 사람이었다. 재상의 자리에 올랐을 때에도 밑바닥 백성의 삶을 살피는데 게으르지 않았으며 나라의 재정을 지혜롭게 관리할 수 있었던 것도 늘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보디발의 아내의 누명을 쓰고도 침묵할 수 있었던 것, 감옥 안에서도 자신의 일을 충실히 행하며 때를 기다릴 수 있었던 것, 시종장이 약속을 잊어버렸음에도 불평없이 인내할 수 있었던 힘은 모두 요셉의 이야기에서 너무나 자주 등장하는 "야훼가 함께 있었다"는 구절과 연관이 있다. 즉 인생의 어떤 시기에도 하느님이 함께 하심을 의식한다는 것, 그럼으로써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 그 말씀대로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어떤 장황한 말보다도 온몸으로 외치는 커다란 소리인 것이다.  

 

솔로몬이 왕이 된 후 하느님께 청한 것도 역시 ’듣는 마음’(공동번역; 명석한 머리)이다.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자’라는 뜻에서 솔로몬이 지자(智者)의 대명사가 되었듯이 성조 요셉도, 예수의 아버지 요셉도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요셉처럼 꿈속에서도 무의식에서도  주님의 말씀을 듣는 데에 익숙해지도록 ’듣는 마음’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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