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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인사이동
작성자바오로 쪽지 캡슐 작성일2001-12-20 조회수1,889 추천수17 반대(0) 신고

인사이동이 있을 때마다

휴유증이 언제나 뒤따른다.

어떤 이들은 인사이동에 흐뭇해 하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왠지 불만이다.

그래서 인사권자와 관련 권한자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불평을 전하고, 그 불만스러움을 다른 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하느님께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박한 시골처녀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로 간택하는 인사이동을 계획하신다.

마리아는 물론 그 누가 봐도

무리한 인사라고 생각된다.

우리 인간적인 시야에서 본다면

이런 인사는 말도 되지 않는 인사이다.

하느님의 어머니라면 적어도 왕녀나 귀족의 딸 중에서

그것도 얼굴도 이쁘고 귀티가 나고 공부도 많이 한 그런 처녀 중에서

선발해야 마땅하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느님의 계획은 우리의 계획을 언제나 넘어서는 법이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계획을 당사자인 마리아에게 알린다.

마리아는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단호히 거부할 수밖에 없다.

자신은 한번도 그런 자리를 꿈꿔 본적도 없을 뿐이거니와

그럴 자격도 능력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냥 순박한 한 시골 아낙네로 살아가고 싶은게 소박한 꿈이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권위로,

<야,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

<왠 말이 그렇게 많아!>

하며 명령하시지 않는다.

그분은

자상히도 마리아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설득 작업을 하신다.

마리아가 승복하여 <예> 하기를 인내롭게 기다리신다.

모든 인사권자들이

늘 생각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권위로써 명할 수도 있지만

늘 동의를 구하는 자세,

거부할 때에도 진지하게 설복시키려는 자세가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전제 조건이리라.

 

근데

대부분은

이러한 인사, 즉 하느님의 계획 앞에서는

거부하는 게 당연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기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이상

그 자리를 고수하고 싶고 그 일을 고수하고 싶기 때문이다.

안정을 원하지 인간적으로 별 득도 없어 보이면서 자리이동을 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진급 인사는 좋아하지만 수평인사나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인사는

모두가 거부한다.

그리고 인간적인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리라.

 

그러나

하느님의 계획이 이루어지려면

두번째 전제로서

인간측의 겸손한 응답이 있어야만 한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그대로 이루어지소서!>

 

하느님께서

인간의 동의를 구하시는 것은

인간이 거부할 자격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배려와 사랑일 뿐이다.

이를 착각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하느님의 종>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언제나 하느님의 요청 앞에서는

겸소한 <예> 밖에 다른 답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인간적으로 볼 때 이해가 가지 않고

내 능력이나 한계를 느낀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라면

우리는 <예>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느님 측에서의 인간에 대한 배려와

인간 측에서의 겸손한 <예>를 통해서

하느님의 계획, 하느님의 뜻은 이루어지게 된다.

이렇게 될 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수천배, 수만배 엄청난 결실이 맺어지게 된다.

 

성모님의 단순한 Fiat!(예)이

우리 구원의 시작을 이루셨듯이...

 

이틀간의 회의를 통해 내년도 우리 형제들의 인사이동을 결정하였다.

이번 인사이동을 통하여

우리 형제들도 인사후유증에 시달리지 않았으면 한다.

하느님의 계획으로 알아듣고

마리아처럼 겸손한 <예>로써 응답함으로써

하느님의 뜻이 풍성한 결실을 맺게 되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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