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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불면증에 시달리는 가엾은 산골 소녀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1-12-20 조회수1,910 추천수17 반대(0) 신고

12월 21일 금 대림 제 3주간 금요일-루가 1장 39-45절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가엾은 산골 소녀>

 

마리아는 천사 가브리엘의 탄생 예고가 있고 난 몇 일 뒤에 나자렛을 떠나 사촌 엘리사벳이 살고 있는 아인카림이란 동네로 향해 길을 떠납니다. 아인카림은 유다 지방의 산골마을로 예루살렘에서 서쪽으로 4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동네였기에, 마리아는 도보로 대략 사흘이나 나흘을 쉬지 않고 걸어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 소녀의 몸으로 결코 쉽지 않았을 고된 여행길이었지만 마리아는 "서둘러" 길을 떠났습니다. 마리아가 왜 서둘러 멀고먼 여행길을 떠났을까? 생각해봤을 때, 가브리엘 천사의 암시 때문이기도 했겠지만(네 친척  엘리사벳은 그 늙은 나이에도 아기를 가진 지가 벌써 여섯달이나 되었다. 루가 1, 36 참조), 그보다도 마리아는 우선 혼란스런 마음을 정리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최근 몇 일이 어린 소녀 마리아에게는 참으로 고된 시간들이었습니다.

 

"천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제 곧 배가 슬슬 불러올텐데, 부모님에게는 뭐라고 변명을 하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약혼자 요셉에게 미안해서 어떡하나? 또 저 거친 동네 아주머니들의 입담은 어떡하고? 친구들에게는 어떻게 설명을 할까? 하느님이 아기 아버지라니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만 하나? 세상에 이런 법이 또 어디 있나? 과연 누가 날 믿어줄까?"

 

마리아는 자신의 걱정거리를 누구에게도 감히 말을 하지 못하고 불면증에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가엾은 소녀 마리아! 너무도 뜻밖에 찾아온 하느님의 부르심에 애띠고 조그만 산골 소녀 마리아는 지칠 대로 지치고 말았습니다. 우선 쉬고 싶었습니다. 남의 눈에 안 띄는 곳으로 멀리 가있고 싶었습니다. 참으로 괴롭기 그지없는 날들이었습니다.

 

마리아의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사촌 엘리사벳은 마리아의 무모하리만치 확고한 믿음을 이렇게 칭송합니다.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에게 했던 이 한마디 말은 그간 마리아가 겪었던 그 오랜 마음 고생을 한 순간에 덜어주는 위로의 말이었습니다. 가녀린 소녀 마리아가 그간 홀로 겪었던 모든 고생을 충분히 보답해주고도 남을 기쁨의 말이었습니다.

 

예수의 어머니가 됨으로 인해 겪었던 고통과 오해 앞에 직면할 때마다 마리아는 수 천 번도 더 가브리엘 천사가 했던 말을 되새겼습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안 되는 일이 없다."

 

그리고 마리아는 고통스럽고 의혹으로 가득 찬 믿음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어둡고도 쓰라린 믿음의 여정을 출발하십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앞 뒤 따지지 않는 전폭적인 수용과 하느님을 향한 무모해 보일 정도로 확고한 신뢰 여기에 마리아의 위대함이 있습니다.

 

"믿나이다. 주님. 오직 믿는 것이 제가 주님께 드릴 수 있는 유일한 보답이기에 믿나이다. 주님. 마리아! 나의 누이여!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까를로 까레또 저, 복되도다 믿으신 분, 분도출판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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