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의 뜻??
작성자노건우 쪽지 캡슐 작성일2001-12-28 조회수2,105 추천수8 반대(0) 신고
  • 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 축일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기쁨과 행복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제가 경험하지 못한, 그리고 앞으로도 어쩌면 경험하지 못할 순간들이 있습니다. 바로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함께 하는 기쁨과 행복한 순간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서 그 사랑의 결실을 맺는 순간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여러 사람들과 매체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리고 정말이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새로운 생명을 바라보고 보듬는 사람들의 모습은 참으로 행복해 보인다는 말 밖에는 표현할 길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아픔과 슬픔, 그리고 고통의 순간들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아마 사랑하는 사람을 이 세상에서 떠나 보내는 순간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도 이제 막 기지개를 켜기도 전에 떠나 보내야 하는 아기의 죽음이야말로 가장 처절한 순간일 것입니다. 겨우 꽃이 피었지만, 꽃봉오리가 생기기도 전에 꺾여 버린 그 순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 복음에 나오는 요셉 성인과 성모님은 이러한 두 가지 순간을 모두 겪으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좋은 환경에서 예수님을 낳으셨지는 않았지만, 예수님의 탄생으로 하늘에 있는 천사들이 환호하고, 목자들이 기뻐하였을 뿐만 아니라, 머나 먼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대단히 기뻐하면서 엎드려 경배한 그 순간들을 요셉 성인과 성모님은 함께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기쁨과 행복도 잠시, 곧 이어 엄청난 처절한 순간들을 겪으셔야 했습니다. 헤로데가 자신의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 예수님을 찾아 죽이려 한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미처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그리고 아직 몸이 불편한 성모님을 데리고 머나 먼 이집트로 가서 헤로데가 죽을 때까지 여기 저기 눈치와 동정을 살펴야만 했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매일 매일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공포에 떨어야 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피난을 가기 전, 요셉 성인과 성모님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더 그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요셉 성인이 천사의 소식을 듣고 급히 일어나 그 밤으로 이집트로 떠난 것을 보면, 그 상황이 얼마나 다급했는지 짐작 할 수 있습니다. 요셉 성인과 성모님이 떠나실 때, 그 때 이미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이 하나 둘 씩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자식인 예수님 때문에 죽어가야만 하는 그 어린 아이들, 부모들의 울부짖고 애통하는 소리, 자식 잃고 통곡을 하는 소리들을 뒤로 한 채 요셉 성인과 성모님은 떠나셔야만 했습니다. 처절한 살육의 현장을 못 본 척하며 떠나야만 했던 요셉 성인과 성모님의 심정은 가히 어떠했을까?

 

오늘 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 축일을 지내면서 우리들은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려는 우리들도 살아가면서 어떨 때에는 예수님 때문에 참으로 많은 기쁨과 행복의 순간들이 있겠지만, 또 어떨 때에는 예수님 때문에 도저히 견디기 힘든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순간들이 우리에게 닥쳐올 때, 우리들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아무런 죄도 없이,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두 살 이하의 어린이들이 말과 입이 아닌 죽음으로 예수님을 찬미하였다면 우리들도 그 어떠한 고통과 아픔의 순간에도 우리들의 믿음을 삶으로 증언하고 증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한 인간의 머리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하느님의 너무나 심오한 계획을 온전히 따른 요셉 성인과 성모님처럼 우리들도 하느님의 깊은 뜻을 온 마음으로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신앙은 잘 알 수 없고, 심상치 않은 하느님의 뜻을 머리로 깨닫고, 따지고, 계산하여 그 이유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것이요, 하느님의 뜻에는 참 의미가 있으리라는 마음으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혼란이고 아픔이고 어둠일지라도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 축일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입니다.

 

앞으로의 우리 삶 앞에 얼마나 많은 기쁨과 행복한 순간들과 얼마나 많은 고통과 시련과 아픔들이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순간 순간마다 신앙인으로서 하느님의 뜻에 끝까지 충실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우리의 죄를 깨끗이 씻어 주실 뿐만 아니라, 온 세상의 죄를 용서해 주시려고 제물이 되신 예수님을 이 세상에서부터 제대로 알아보며 그분과 친교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럴 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약속하신 그 모든 것이 바로 우리의 믿음을 통해 이루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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