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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 사나이답게 싸우자(사무엘상4,9)
작성자원재연 쪽지 캡슐 작성일2002-01-17 조회수1,796 추천수11 반대(0) 신고

+ 찬미예수님

 

오늘은 1월 17일 성 안토니오 아빠스 기념일입니다. 저는 오늘 복음(마르1,40-45) 대신에 독서말씀(사무엘 상 4,1-11)을 묵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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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레셋군은 이 함성을 듣고 "히브리 진영에서 저렇게 큰 함성이 터지니 웬일이냐?" 하며 웅성거리다가 주님의 궤가 이스라엘 진영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았다. 불레셋군은 겁에 질려 소리쳤다. "이스라엘의 신이 진영에 들어왔으니 이제 우리는 망했구나. 이런 일은 일찍이 없었는데 이제 우리는 망했다. 누가 저 무서운 신에게서 우리를 살려내겠느냐? 갖가지 재앙과 질병으로 이집트인들을 친 신이 아니냐! 그러니 불레셋 사람들아, 힘을 내어라. 사나이답게 싸우자 ! 지금까지는 히브리인이 우리를 섬겼지만, 이제는 우리가 그들의 종이 될 판국이니, 자, 사나이답게 싸우자!" 이리하여 불레셋군이 짓쳐 들어오자 이스라엘군은 크게 패하여 제각기 자기 천막으로 도망쳤다. 이스라엘군은 보병이 삼만이나 쓰러졌으며 하느님의 궤도 빼앗기고 엘리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도 죽었다.(*사무엘 상 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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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사나이답게 싸우자!(사무엘 상4,9)

자, 사나이답게 싸우자!(사무엘 상4,9)

자, 사나이답게 싸우자!(사무엘 상4,9)

 

하느님의 궤는 이스라엘을 수호하는 신인 야훼께서 함께 하신다는 상징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전쟁 때에 이스라엘을 승리로 이끌어주던 보배였습니다. 그러나 그처럼 승리의 담보같은 계약궤도 오늘 독서에서 보면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합니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하느님 어찌하여 불쌍한 우리를 저버리셨나이까?"

 

오늘 독서에 나오는 엘리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는 계약궤를 모시던 사제였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마저 죽었고 이스라엘 군대가 3만명이나 쓰러졌다고 합니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 사실이 있습니다. 엘리의 이 두 아들이 야훼 마음에 드는 올바른 사람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독서보다 약간 앞서 나오는 사무엘 상권 2장에 보면, 엘리의 두 아들은 망나니로서 그들의 시종과 함께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절대권력을 휘두르면서, 제사드리러 온 사람들의 제물을 함부로 약탈하고 만남의 문간에서 봉사하는 여인들마저 함부로 농락했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가지 짚어야 할 사실은 이스라엘군이 계약의 궤만 믿고 전쟁에 이기기 위한 충분한 대책을 세우는데 게을리했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장로는 패전의 이유를 전술적 차원에서 검토하지 않고 막연하게 야훼께서 도와주시지 않았기 때문으로 이해했던 것입니다.(사무엘상2,2-3)

 

이와는 반대로 계약의 궤 때문에 심리적 위기에 몰린 불레셋은 오히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게 됩니다. 임진왜란 때 민족을 구한 전쟁영웅 이순신 장군은 "必生則死, 必死則生"라고 하는 태도로, 즉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는 필승의 신념으로 군대나 함선의 수에서 절대적인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대군을 맞아 싸우는 쪽쪽 다 격파해버렸습니다. 오늘 독서에 나오는 불레셋군처럼 그렇게 싸워서 매번 승리를 거두었던 것입니다.

 

택시를 타거나, 승용차를 타면 흔히 앞쪽 창으로 불교의 염주가 매달려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가끔은 그 위치에 천주교의 묵주도 눈에 뜁니다. 혹시라도 "저 물건이 있으면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사고도 나지 않게 해주려니" 하는 생각으로 매달고 다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 봅니다. 평소에는 전혀 종교적 관심도 없이, 물론 그 도구로 기도 한번 안하면서 말입니다. 그럴 경우 과연 그 염주나 묵주가 결정적인 위기의 때에 구원의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인지, 강한 의구심이 듭니다. 그 도구는 오히려 운전자들이 요행만 믿고 방심을 하도록 부추키는 도구가 되지는 않을른지요? 마치 오늘 독서에 나오는 홉니와 비느하스의 계약궤처럼 말입니다.

 

갑자기 먼지가 소복히 쌓인 두꺼운 성경책 한권이 내 책상 머리 맡에 언제나 똑같은 위치에 놓여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당장 먼지를 틀고 책장을 용감하게 들치고 소리내어 읽으면서 중요한 구절에는 밑줄을 그어봅니다.(*덕분에 몇년 만에 사무엘 상권을 몇 페이지나 읽었습니다. 저에게는 거의 기적같은 일입니다). 정말 싸나이답게, 용감하게 읽어봅니다. 이 성경 책을 통하여 어느새 슬그머니 내 안에 자리잡은 한심하고 얄미운 "게으름의 우상"과, 한바탕 죽기를 각오하고 일대 전투를 벌이겠다고 다짐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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